지난 2일 경북 의성 고운사 종각 터에 남은 종. 종각이 무너지며 추락해 종에 크게 금이 갔다. 의성=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의성·안동·영덕)=이영기·이용경 기자] 경북을 휩쓴 괴물 산불이 지역 관광도 집어삼켰다.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국가지정 보물 등 문화재들은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산불이 할퀴고 간 지역에는 여행 예약 취소가 줄잇고 있다. 경북 일대 숙박업과 주요 관광지 등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3일 헤럴드경제 취재진이 찾은 경북 영덕, 안동, 의성 일대는 화마가 남긴 상처뿐 아니라 지역 경제의 침체 마저 고개를 들고 있었다. 각종 문화유산과 뛰어난 자연 경관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던 곳에 곡소리가 울렸다.
개인금융 잿더미된 의성 고운사…갈 곳 잃은 관광
특히 천년고찰 의성 고운사는 잿더미 속 간신히 서있는 모습이었다. 고운사의 보물 3점 가운데 2점이 전소됐다.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은 불에 타 잿더미가 됐다. 화재가 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잿더미 사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도
집담보대출갈아타기 보였다. 목조 건물의 기둥이 무너지며 쏟아진 기와들은 산산조각난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지난 2일 경북 의성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 등 주요 건물의 터에서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의성=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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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론 루는 1668년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 누각이다. 연수전은 조선시대 영조(재위 1724∼1776)와 고종(재위 1863∼1907)이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기로소는 70세가 넘는 정이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다.
남은 보물 한 점인 석조여래좌상은 간신히 불길을 피할 수 있었다.
개인대출급전 석조여래좌상을 옮기던 당시 스님들과 신도들은 그야말로 사투를 벌였다. 이날 고운사에서 만난 신도회장 천성용(64) 씨는 그날의 상황을 전했다.
지난 2일 경북 의성 고운사의 석조여래좌상이 있던 터. 석조여래좌상은 불길을 피해 안전한 곳에 보관 중이다. 의성=이영기 기자.
mortgage loan 천씨는 “대부분 스님과 관계자가 먼저 대피한 후 10명 정도만 사찰에 남아 마지막까지 상황을 봤다”며 “불이 4km 인근까지 들이닥쳤다고 이제는 시간이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씨는 “그때 마지막까지 있던 6명 정도가 달라붙어서 석조여래좌상을 옮겼다. 약 400kg 정도 되는데 당시에 어떻게 들었는지도 모르겠다”며 “간신히 트럭에 싣고 사찰을 빠져나온 지 5분 만에 불이 덮쳤다”고 회상했다.
지난 2일 경북 의성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 등 주요 건물의 터. 모두 전소돼 터만 남았다. 의성=이영기 기자.
제 모습을 잃은 고운사는 경북 의성의 주요 관광지였다. 고운사 관계자에 따르면 연간 템플스테이 참여자 수는 5000여명을 넘었고, 주말 방문객 수는 1000여명 수준이었다. 매년 수만 명의 방문객이 고운사를 보기 위해 의성을 찾았지만 지금은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지난 2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의성 고운사의 전체 건물 30동 중 9동만 양호하고 보물인 연수전, 가운루 등 나머지는 전소된 상황이다. 이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가지정 문화재는 총 32건이 피해를 입었다. 총 3개의 보물이 피해를 입었는데 2개는 전소된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다.
하회마을도 발길 ‘뚝’…펜션·식당은 ‘개점휴업’
이처럼 주요 관광지가 전소되는 등 산불 여파로 관광 위축도 이미 체감됐다. 의성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박상우(55) 씨는 “산불 발생 이후 주말 예약은 다 취소됐다”며 “평일 예약도 취소되고 있는데 상황이 이러니 위약금도 받을 수 없다. 손실액만 200만원이 넘는 지경이다”라고 토로했다.
박씨는 “재난으로 피해 본 지역으로 관광을 오는 것이 비판받을 우려가 있어서 위축되는 것 같다”며 “오히려 관광이 활성화돼야 지역 경제나 문화가 유지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 매표소 앞. 안동=이영기 기자.
천만다행 산불 피해를 면했지만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회마을 관계자는 “4월 초 평균 하루 방문객은 600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한산하다”라며 “특히 국내 사정에 민감한 국내 관광객의 수가 확 줄었다”고 말했다.
뛰어난 절경과 대게 등 특산물을 갖춘 경북 영덕도 방문객이 자취를 감췄다. 이날 강구항 영덕대게거리는 한산했다. 평소라면 평일에도 북적이던 곳이었다. 경북 산불 피해로 인적이 끊긴 탓이다.
지난 2일 영덕 석리 해안가 펜션들이 불에 탄 모습. 영덕=이용경 기자.
수산시장 상인들은 당장 앞길이 막막한 상황이었다. 시장 가판대에는 일주일째 팔리지 않은 대게가 수두룩했다. 지난달 14일~17일까지 강구 해파랑공원에서 열린 ‘영덕대게축제’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화마로 다 손해로 떠안아야 할 판이다.
특히 상인들은 “피해 회복이 우선”이라고 말하면서도 “산불로 방문객이 완전히 끊겨 판매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게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김대관(52) 씨는 “산불이 난 지 일주일 사이 매출의 70% 가까이 감소한 것 같다”며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손님이 좀 있는 편인데 하루 10개팀 정도 방문했는데 3개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류상용 상용수산 대표가 1일 수산시장 가판대 앞에서 일주일째 팔리지 않는 대게를 착잡하게 바라보고 있다. 영덕=이용경 기자
수산시장 상인 류상용(48) 씨는 “한 사람도 안 온다. 물건값도 못 대고 있다”며 “평소에도 잘 팔면 100만원 정도는 팔았는데, 언제까지 이 상태가 계속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산불로 지역 관광업 등 소상공인들의 활로가 막히자 지원도 시작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경북 영덕군 산불 발생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신속 지원하기 위해 영덕국민체육센터에 ‘현장지원센터’를 임시로 운영한다고 이날 밝혔다.
영덕군 소재 산불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은 센터를 방문해 재난 발생에 따른 긴급경영자금(정책자금), 폐업지원금 등 다양한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통합으로 상담받고 신청까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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