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스님은 경남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상작마을에서 음력 2월 2일 '이은영(李殷榮)'공과 '정묘심화'여사의 3남 1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1932년 상작마을은 시골 선비들이 모여 사는 학자촌인데 원효대사 애기를 많이 들었던 스님은 “나도한번 원효대사 같은 인물이 되어보리라,,,‘고 결심한다.
1941년 ~ ‘햇노인’이란 별호를 듣고 자란 스님은 19살 때 출가의사를 백형에게 밝혔으나, 큰 형이 극구 출가를 만류했다. 이에 굴하지 않았던 스님은 마을 어른 13인의 보증각서에 날인해 백형에게 건네고서야 집을 나올 수 있었다. 스님은 “싯달타 태자도 가비라성을 넘어 출가할 때 200명의 군사를 뚫어야 했어. 내 출가도 그만큼 어려웠어,,,”라고 회상한다.
스님은 발길 닿는 데로 이 산 저산 도인을 찾아 나서고 마침 동래 범어사에 도착하는데 19살 구도자의 눈에 비친 사찰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의 고대광실이었다.
이윽고 법당 앞에 선 스님은 “큰 중 나와라,,,새끼 중은 가고 큰 중 나와라”라고 외친다. 난데없는 소란에 범어사는 난리가 난다. “1년 동안 원효대사 같은 도인을 찾아다녔으나 보이질 않고 절간엔 한가한 중들뿐이니 불교가 100년을 못 갈 것이요. 그로인해 나라도 위태롭게 생겼으니 이 일은 어찌하면 좋겠소. 나를 이해시키시오. 그렇지 못하면 지금 당장 범어사를 불 지르겠소,”라며 한동안 소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런 의기 충만했던 젊은이가 훗날 범어사 주지를 맡게 된다.
1944년 * 출가득도 - 스님은 양산 내원사에서 은사 성암스님(1889~1950)을 만나 출가 득도한다. 성암스님은 호랑이를 잡을 영웅호걸이 되기 위해 천성산에 왔다는 젊은수좌를 타일러 글을 배우도록 권한다. 그러자 스님은 “그럼 딱 세 자만 배우겠습니다.”로 시작해 반나절에 초심, 삼일 만에 자경문을 모두 외우게 됐다. 그리고는 49일간 초발심자경문을 열심히 독경했다.
스님은 은사 성암스님을 따라 정선 태백산 갈래사(현 정암사)에서 100일 기도를 마치고는 원효스님 토굴 터에 움막을 짓고 홀로 정진을 한다.
그러다 토굴 앞을 지나던 약초꾼으로부터 해방소식을 듣고 내원사로 내려오게 된다.
당시 내원사주지소임을 맡고 있던 은사 성암스님은 해인총림으로 가서 공부할 것을 권하며 일일이 자신의 발우와 장삼을 걸망에 챙겨 떠나보내는데, 당시 해인사에는 효봉스님이 방장으로 서옹스님이 입승으로 계셨고 선방대중에 청담, 구산, 인곡스님 등이 계셨다.
성수스님은 은사 성암스님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저의 스님은 열한 살에 사서삼경을 떼고 한학에도 능통했던 분입니다. 당시 남방 제일선원내원사 주지를 맡을 정도로 살림에도 능력이 있었습니다. 내원사의 논 170마지기로 농사지어 대중들을 먹여 살렸고, 해방 전에는 만주의 수월스님을 찾아뵙고 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남방으로 내려와 경허스님의 둘째 상좌인 혜월스님에게서 공부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일타스님과 일각스님 등이 성암스님에게서 글을 배웠습니다. 나중에 예순이 넘어 입적하셨는데, 당신의 임종을 예감하고 사흘 동안 공양을 물린 채 좌선을 하다가 곁에서 함께 정진하던 저의 손을 잡고 열반에 드셨습니다.”
1945년 * 해인사 안거 - 대중 룰대로 구산스님이 공양주를 맡기자 스님은 “도 닦기 바빠 공양주할 시간이 없다”고 버텼다. 그러자 입승 서옹스님이 “성수수좌 하심하시오.”라고했고 스님은 "상심을 알려주고 하심을 하라하시오. 상심을 모르는데 어찌 하심을 하겠소.”라며 대꾸했다.
그래서 공양주를 안 하고 방부를 들였는데 그것은 “7일 안에 깨우치지 못하면 주장자로 맞아 죽어도 좋다.”는 서약에 지장을 찍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서약서를 쓰고 입방을 허락받은 스님은 퇴설당 앞에 좌복을 깔고 “도(道)야 나오너라 안 나오면 내가 죽는다.”고 외치며 정진에 정진을 거듭했다. 드디어 6일 만에 솟구쳤던 열기가 가시고 생각이 정리되자, 방장 효봉스님 앞에 엎드려 “여기 도(道) 가져왔습니다”하니 그건 도가 아니라면서 받아주지 않았다. 이때 스님은 “내 것이 도 아니라면 스님의 도를 내놔보시오”라고 몰아세우며 게송을 한 수 읊는다. “천하만물은 무비선(無非禪)이요, 세상만사는 무비도(無非道)로다.”
며칠 후 효봉스님이“문수가 부처를 잡아 밑 없는 솥에 푹 고아서 대중공양을 하니 그 맛이 어떠할고,,,”라는 상당법문을 하자 침묵하는 대중 앞에 스님이 나서서 일갈한다. “효봉! 효봉! 대중은 몰라서 대답 못하거니와 스님 말, 스님이 대답해보시오.”
이렇게 스님의 젊은 납자시절은 치열한 구도행의 연속이었다.
1948년 * 봉암사 결사 참여 - 범어사에서 동산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한 스님은 성철스님 등이 주도하는 봉암사 결사에 참여한다. 스님은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해인사에 있다 보니 봉암사에서 성철, 청담스님 등이 결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봉암사까지 걸어서 갔습니다. 스님들이 공부에만 진력하기로 했다기에 기대가 컸습니다. 봉암사에 가니 17명의 스님이 있었습니다. 조장 역할을 성철스님이 했는데, 하루는 스님이<능엄주>를 외우자고 했습니다. ‘참선하러 와서 이것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른스님들이 시켜서 했습니다. 그때 성철스님이 3일 만에 외우고 보문스님은 5일, 내가 7일 만에 다 외웠습니다.
<능엄주>가 끝나니 자운스님의 제안으로 <범망경>을 외웠습니다. 성철스님이 5일, 보문스님이 7일, 내가 10일 만에 또 다 외웠습니다. 공부를 잘하니 자운스님이 저를 눈여겨보셨는지 하루는 나를 데려가 막국수을 사줬습니다. 그러고는 나한테 율사(律師)를 해보라고 했으나 저는 거부하였습니다. 그래도 자꾸 권해서 저의 뜻을 밝히고 그길로 봉암사에서 나왔습니다. 참선공부를 하려던 나에게 율을 공부하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 떠나온 것입니다.”스님은 봉암사에서 약 3개월 동안 공부했다. ‘부처님 법대로’를 기치로 내걸었던 ‘봉암사 결사’는 한국불교에 있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1947년 성철, 자운, 우봉, 보문스님 등의 결사안거 이후 이에 공감한 전국의 스님들이 줄줄이 그 뒤를 따라 입산했는데 성수스님을 비롯해 청담, 향곡. 혜암, 지관 등 많은 스님들이었다. 당시 대중은 ‘공주규약(共住規約)’을 정해 실천하며 살았다. 이후 그때 대중 중에서 4명의 종정과 7명의 총무원장을 배출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봉암사 결사는 조계종의 청정수행 풍토를 만방에 알리는 신호탄이며 출발점이었다.
1967년 * 조계사 주지 - 스님은 조계사 주지를 하면서 서울시장을 조계사 신도회장으로 임명한 일화가 있다. 스님은 조계사 주지를 맡고나서 바로 시장 김현옥을 찾아간다.
‘경상도 무지랭이 일 좀 하게 조계사 신도회장직 좀 맡아 주시요.’
‘서울시장이 굳이 신도회장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서울시장이 신도회장을 해야 구청장들을 부회장으로 앉힐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스님의 원력이 대단하십니다.'
이런 대화가 오간 후 김현옥시장이 신도회장을 맡게 된다.
그해 부처님오신날에 3만개의 빵을 보시 받아 서울시내 양로원에 1만개, 조계사 주변에서 1만개, 나머지는 서울역 행인들에게 1만개를 나눠줬다.
1968년 * 범어사 주지 - 범어사 주지 소임을 볼 때의 스님의 일화다. 재임초기 스님은 부산시장을 두 번이나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안 만나준 것이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이 초도순시 차 부산에 들렀을 때 부산시장과 지역유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스님은 범어사주지자격으로 참석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일정이 바빠 다른 사람들과는 악수만 했는데 스님과는 악수를 한 후 대화가 이어졌다.
‘범어사가 전쟁 통에 많이 황폐화되었는데 복원은 좀 하시나요?’ ‘예,,,부산시장이 음으로 양으로 도와줘서 잘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부산시장의 등을 치며 칭찬을 했다. 당시만 해도 대통령의 권력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 아닌가. 다음 날 새벽, 부산시장이 부랴부랴 범어사를 찾아와서는 절을 했다. '스님 덕에 별 공덕도 없이 대통령에게 칭찬을 들었으니 송구한 마음뿐입니다.' 그 뒤부터 부산시장은 범어사의 화주가 되어 열심히 보시행을 하였다.
그 후 범어사는 30동의 건물을 새로 짓는 대대적인 불사로 사격이 높아졌고 재정도 풍부해졌다.
이렇게 순간적인기지가 훗날 범어사중창주라 불릴 정도의 좋은 결과를 낳았다.
1969년 * 경봉스님으로부터 전법건당 - 스님은 통도사 극락암 경봉스님으로부터 전법건당을 했다. 다음은 전법게송이다.
전법게(傳法偈)
非空非色難爲說(비공비색난위설)
目擊相傳古道風(목격상전고도풍)
공도 색도 아니라 설명키 어려우나
서로 마주하고 옛 가풍을 전하네
活眼開時無碍處(활안개시무애처)
是山應屹法雲中(시산응흘법운중)
눈을 활짝 떠 걸림 없으니
응당 법 구름 속에 솟은 산이로다.
是日 靈鷲山 三笑窟老師書 贈 活山性壽禪者
오늘 영축산 삼소굴 노사가 '활산성수'선자에게 주노라
1972년 * 해인사주지 - 하루는 도량에서 유유자적하는 스님을 두고 대중가운데 누군가 “스님같이 하면 해인사주지 몇 개라도 하겠소,,,”라고 힐문하자 스님은 “어디한번 해 보소 300명대중 이끌기가 그리 쉬운가,,,”라고 했다고 훗날 해인사주지시절을 회상하신다.
1973년 *서울 법수선원 개원 - 상도동 백운암에서 서옹스님과 함께 재가자들의 정진을 지도하던 스님은 세곡동 운문사를 춘성스님 상좌 ‘혜광’으로부터 인수한 후 사명을 '법수선원'이라 개명하고 선원을 개원한다. 법수선원은 훗날 선학원에 등록되고 강남의 주요 수행사찰로 발전하게 된다.
1976년 * 의성 고운사 주지 - 고운사는 송이 입찰금으로 일 년 예산을 책정 운영하는 열악한 상황의 본사였으나 스님이 주지로 취임하시어 선풍으로 일신하신다.
1978년 * 종단의 비상대책위 총무원장직 수행 - 이 때 스님은 일본의 세계불교지도자대회에 한국대표로 참석하시여 한국불교를 만국에 알리시고 간화선수행법을 널리 선양하신다.
1981년 * 제18대 조계종 총무원장 역임 - 스님은 총무원장 취임식 때 법어를 내리며 “우리 불교가 불사에 치우치고 있는데 무엇보다 인재불사가 중요합니다. 사람 있는 곳에 절도 있고 재원도 있게 마련입니다”라며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86년 * 백암 오도선원 개원 - 경기도 백암에 땅을 마련한 스님은 돌과 황토로 집을 지으며 터전을 일궜다. 상좌 ‘혜관’이 주석했고, 당시 법수선원주지였던 상좌 ‘시현’이 양로원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오도선원의 부동산을 터전삼아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을 설립한다.
1988년 * 함양 황대선원 개원 - 황대선원의 시작은 대나무가 유난히 많은 함양 황석산아래 토굴한 채를 지으면서부터였다. 그 때부터 스님의 토굴은 황석산 도인이 계신 곳으로 소문이 나면서 승속을 막론하고 스님을 찾아오는 인원이 늘게 되고 자연스레 법당과 시민선방이 갖춰지게 된다.
1989년 * 연꽃마을 제1대 이사장 취임 - 불교계 최초의 양로원으로 시작한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은 상좌 시현을 주축으로 “불우노인의 안식처를 불자들이 마련하자”는 슬로건을 걸고 불자들의 후원금을 모아 오도선원에 470평의 양로원을 짓는 사업이 본격화 된다.
1994년 *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위원 - 원로위원에 취임한 스님은 종단의 발전을 위해 오랜 기간 정렬적인 활동을 보이신다.
2002년 * 산청 해동선원 개원, 스님은 산청군 금서면 평촌리 매촌초등학교를 인수해 해동선원(원각사)을 개원한다. 입구에 새겨진 선불장(選佛場)이라는 글로 스님의 필생불사가 부처를 만드는 사업임을 암시하고 있다. 해동선원은 원효스님의 사상을 계승한 도량이다. 개원법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원효대사는‘공수래공수거이고 남는 것은 평생에 지은 업보다.’라고 했어,,,일초도 늦추지 말고 지금 이 순간부터 자기를 고치는 삶을 실천해야 해, 난 아직도 살아 있는 새끼사자를 기다리느라 늙어도 늙은 척도 안하고 살아. 누군가 있어 황석산 괴짜중의 보따리를 걷어찬다면 끌어 앉고 한바탕 덩실덩실 춤을 출거야.”
2004년 5월 * 대한불교조계종 대종사 법계 품서 - 조계종의 법계제도 확립이후 최초로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이루어진 대종사 법계 품서식에서 스님이 석주스님 등 20명 스님들과 함께 대종사법계를 각각 품서 했다. 이는 종단위계질서가 확립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2006년 * 대한불교 조계종 전계대화상 추대 - 원로위 활동 중 위원들의 만장일치 추대로 전계대화상에 취임하시여 재임 중 승단의 법규와 규율세우기에 애정을 쏟으신다.
2007년 *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위원 - 전계대화상 소임을 사임하시고 다시 원로위원에 재 추대되셨는데 백양사방장수산스님과 함께 제일 법랍과 연세가 높은 왕 원로로 활동하신다.
2012년 4월 15일 * 함양 황대선원에서 원적 - 스님은 4월 15일 오전 6시 함양 황대선원에서 무애가를 추시고는 조사열반에 드신다. 임종을 지켜 본 맏상좌 태응은 곧바로 통도사 관음암으로 이운한 후 스님의 임종을 알린다. '수거풍래(水去風來)'라는 제목의 임종게를 남기셨고 '대한불
교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통도사에서 발인과 재가 모셔진다.
'수거풍래(水去風來)'
번갯불이 반석위에 번쩍하니 우주와 법계가 둘이 아니로다.
다른 것 다 버리고 보물을 찾아라!
보물을 찾아서
알고 살면 잘 사는 것이요
모르고 살아도 그만이니
우주만물이 모두 열반이로다.
시방세계가 눈을 깜박이는 순간
다 보아도 모자라는데
무엇이 그리 바쁜가!
눈을 떠도 그것이고 눈을 감아도 그것인데
볼 때는 내 것이고 안 볼 때는 남의 것이다.
그러나 욕심낸다면 내 것이 아니고
남의 것이 될 것이다.
水去風來(수거풍래) 哂(신)
물이 흘러가니 바람이 불어오네. “미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