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째 되는 날의 순례 지는 ‘양기방회(楊岐方會,992~1049)스님의 도량 ‘양기산 보통사’이다. 역시 낡은 고찰을 두고 대형불사의 토목공사가 한창이었다.
보통사는 광리선사(廣利禪寺)라는 사명으로 당보12년(753)에 승광(乘廣)선사가 개창한다.
그 뒤 견숙(甄叔)선사가 법을 이어받아 당 대력 연간(776~779)에 법당을 개설하니 많은 대중이 모였다. 그 뒤 송나라 경력 연간(1041~1048)에 방회선사가 사명을 ‘보통사’라 개명하였다. 현판은 전 중국불교협회회장 조박초의 글이다.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보통사의 조당은 겹겹의 안개서린 양기산 봉우리를 배경으로 아직도 전법의 맥이 기운으로 서려있었다. 양기파는 황룡파와 함께 선종 오가칠종(五家七宗)의 한 파를 이룬다.
위앙종, 운문종, 법안종 등을 규합한 임제종의 법맥이 11세기 접어들며 ‘석상초원(石霜楚圓 987～1040)'스님 밑으로 양기파와 황룡파로 갈라진다. 조당에 모셔진 방회스님의 스승 ‘석상초원’스님이다. 불맥 44세이다.
'양기방회(楊岐方會 992~1049)'스님은 양기파의 시조로서 불맥 45세다. 고려말 태고보우(太古普愚1301~1383)국사가 스님의12세손 석옥청공(石屋淸珙1272~1352)에게 법을 이으니 스님은 지금의 조계종 맥을 잇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하겠다.
여래아불(如來我佛)이라는 현판 아래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아미타불, 약사불이 협시불로 있다.
기와가 산세와 어우러져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법당 뒤 '당백(唐柏)'이라 불리는 이 측백나무는 수령이 약 1,300년이나 된다. 방회스님 당시에도 약300 여년 된 고목이었다. 견숙선사가 약 776년경 이 절에 오는 날 심었다는데 선사가 입적하면서 이 나무가지가 땅에 닿으면 다시 돌아온다고 하셨단다. 그래서 얼마 전 나뭇가지가 번개 맞아 지붕을 내려치자 당시 비구니 주지스님은 견숙선사의 환생징조라 여겨 좋아서 춤을 췄단다. 스님이 환생하셨을까? 나무는 아직 건재하다. “스님! 어서 오셔요~~~” 보살님들이 '견숙'스님이든 '방회'스님이든 어서오시라고 환영의 손을 흔들었다.
'당 승광노선사탑', '당 견숙노선사탑'이라 새긴 비석이 조당에 모셔져있다.
여러 문을 지나야 조당과 부도전과 당백나무를 만날 수 있다.
사방 허름한 것이 역시 '양기방회'스님의 도량답다.
스님은 거주하는 방에 비가 새고 눈이 떨어져도 수리하지 않았단다.
요사든 사대육신이든 잠시 쉬었다가는 ‘임시거처’라 하셨다.
선상(禪床)에서 백발눈썹위의 눈을 털어내는 스님께 대중스님들이 진심으로 개축을 원했다.
그러자 스님은 상당하여 말씀하신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 높은 기슭이나 깊은 계곡도 모두 변한다.
모든 것을 뜻대로 만족할 수는 없다. 옛 성인들은 나무아래에서 수행했다. 그것이 과거부터 이어진 훌륭한 관습이고 형상을 초월하여 배워야할 불도수행의 아름다움이다. 오조(五祖)의 수행을 돌아보면 그대들은 아직 멀었다. 인생은 무상하다. 수행이 가능한 시간은 고작 4~50년이다. 누가 훌륭한 건물을 짓기 위하여 헛된 시간을 가지려하는가.”
楊岐乍住屋壁疎
滿床盡撒雪珍珠
縮却頂暗嗟噓
飜億古人樹下居
“양기산의 임시거처, 지붕과 벽 엉성하니 방바닥 가득 뿌려진 눈의 구슬. 그러나 목 움츠리어 가만히 탄식하며 생각노니, 나무 밑에 거처하신 옛 어른의 일.”
‘나무 밑에 거처하신 옛 어른’이란 물론 부처님을 이르는 말이다
아무리 옹색해도 천하의 많은 수행자들은 그 방회스님 문하에 줄서기를 바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