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웬일로 도량에 까마귀들이 시끄러이 울어재낀다.
한때는 정력에 좋다고 50만원을 호가하던 놈들 아닌가!
대왕산에서 까마귀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 한참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일본의 고려장인 기로풍습을 다룬 영화 이마무라쇼웨이의 “나라야마부시코”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늙은 부모를 심산유곡에 갔다 버리는 기로풍습을 통해 비춰지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묘사한 영화인데 1985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자식의 등에 업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까마귀 우는 심산으로 재촉하며 떠나는 주인공 노 할머니의 머리위에 첫눈이 펑펑 내리던 감명 깊은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느낀 놀라운 것 중 하나는 내다버린 한 노인이 죽기 살기로 다시 살아 돌아오자 누구보다도 그 마을노인들의 미움을 산다는데 있다.
죽을 때 죽지 못하는 인간의 비애 앞에 오히려 주위노인들이 마음상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까마귀들의 공중비행은 터줏대감 까치들의 위협적인 근접비행으로 다시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잠시 눈보라치고 까마귀 떼 우는 고려장터에 가마니 깔고 합장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노 보살의 의연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구에게나 가장 큰 숙제는 죽음을 준비해야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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