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빼”
부뚜막에 올라가 삽 주걱을 들고 가마솥의 낌새를 살피던 상공양주의 외마디 괴성에 아궁이 앞에 대기 중이던 하공양주의 손길은 바빠진다.
벌건 장작불을 급히 끄집어내어 아궁이의 열기를 빨리 식혀줘야 밥이 타지 않기 때문에 이는 촌각을 다투는 매우 급한 일이다.
그렇게 상하 공양주가 손발을 맞춰 밥을 곱실곱실하게 해서 큰방대중스님들께 들여보내놓고 곧이어 누룽지를 대충 걷은 뒤 숭늉을 만들어 큰 차관에 담아 역시 바리공양 중인 대중 방 앞 대청마루에 가져다 놓으면 하판스님들이 죽비에 맞춰 빠른 걸음으로 가지고 들어간다.
이렇게 통도사 강원초입시절에는 삼 개월의 공양주 생활이 필수였다.
가끔 밥에 돌이 있어 상판스님들이 인상이라도 찌푸리게 되면 여지없이 큰방에 불려가 참회를 해야 했든 재미있던 공양주소임 시절을 생각하며 어제 초하루 법회일 대중 밥은 나의 몫 이였다.
쌀과 물을 맞춰 붓고 가마솥뚜껑 운전솜씨를 오랜만에 발휘해 보았던 것이다.
“아니,, 가마솥 밥은 언제 해봤대요?,,,,참 오래살고 볼일이야,,,주지스님이 밥을 다하고,,,,”
소림낭객 같은 폼으로 호박을 따오며 한마디 거드는 보현성보살님의 맘 것 들어낸 틀리웃음으로 봐 솥 밥은 가히 성공적이었다.
초하루마다 밥순이가 되어야 할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