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에서 태어난 석봉선사(1890~1971)는 성질이 불같았다.
어려서 병약해 절에 맡겨지며 일찍이 출가의 길을 걷게 됐는데,
그 성질 때문에 오대산 상원사의 대중들이 방부를 안 받자 조실 한암스님께 성질을 고치겠다는 약속을 하고는 어렵게 방부를 들일 수 있었다한다.
그 뒤 스님은 40여년간 금강산, 계룡산 등지를 돌며 거의 묵언정진을 하셨다는데 말년에 법수선원의 전신인 세곡동 운문사에서 좌탈입망의 모습으로 입적하게 된다.
화장을 하고나니 영롱한 사리가 한말반이 나왔는데 도반인 춘성스님은 석봉의 제자들에게 “너희들은 사리장사는 하지 말라” “사리는 모두 산에 흩어 뿌려버려라”고 했다.
그래서 제자인 혜철은 춘성스님의 말을 따르는 것이 곧 스승의 뜻이라 여기고 사리를 법수선원 뒷산 대왕산에 모두 뿌려버리고 어떠한 부도 탑도 조성하지 않았다.
말없던 석봉이 남긴 유일한 문답이 있다.
“누가 가장 세냐?”
“왕이나 호랑이나 천하장사지요.”
“인욕이 가장 강한 것이다.”
“무엇이 가장 이로운 것이냐?”
“돈이나 명예나 지위입니다.”
“건강이 제일이다. 무병만큼 이로운 게 있겠는가.”
“누가 제일 부자냐?”
“왕이나 갑부들이겠지요.”
“제일 부자는 족한 줄 아는 사람이다. 지족자가 제일부자이다.”
“이 세상에 제일 친한 사람은 누구겠는가?”
“부모형제나 친구겠지요.”
“자신의 잘못을 부추기는 이가 아니라 잘못을 정확히 지적해주는 친구가 제일 친한 친구다.”
“세상에 최고의 낙이 무엇이겠는가?”
“예쁜 여자를 거느리고 좋은 집에서 맛있는 음식 먹는 낙이 아니겠습니까.”
“도를 깨쳐 알고 열반에 드는 것만큼 큰 낙은 없다.”
이것이 석봉의 “다섯 가지 제일” 법문이다.
스님의 행장이 33인의 숨은 도인을 소개한 “은둔”이라는 책에 자세히 소개 돼있다.
마치 살아있는 듯하다는 스님의 좌탈입망 사진이 충남보령 선림사에 보관돼있다는데, 법수선원과 인연 있는 스님의 영정친견순례도 이 가을에 한층 멋을 더하는 일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