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는 새벽잠이 없으셨다.
일찍 일어 나셔서 소죽을 끓이셨는데,
사랑방에 걸린 가마솥에 작두로 쓸어 놓았던 짚이 겨, 콩, 콩깍지와 함께 섞여
구수한 냄새로 한참을 끓고 구수통으로 옮겨지면,
외양간은 큰 눈망울 소의 죽 먹는 소리로 가득했다.
입가에 침 가득 내 품는 콧김 소리와 함께 하는 소의 식사는
마치 낮에 일 나갈 대비를 단단히 하는 것 같이 힘차 보였는데
간혹 소죽의 콩을 탐낸 암탉이 구수통으로 올라와도
그냥저냥 별로 개의치 않다가 가끔 머리 한번 휘 저어 보는 게 다였다.
그것이 소와 닭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유일한 순간 이었다.
이렇듯 어려서 기억되는 “소 닭 쳐다보듯 한다”는 말은
상당히 평화스럽다는 뜻의 또 다른 표현 이었다.
그것이 매우 무관심하다는 부정적 성향으로 쓰이는 줄
나중에야 알았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요즈음은 매사 진정 소 닭 쳐다보듯 살고 싶다.
관심과 무관심을 떠나 제 위치에서 제 일만 하자는게 각성覺聲 같기도 하고,
화엄의 사사무애事事無碍를 궂이 논할 것 없이
그냥 소 닭 쳐다보듯 사는 것이 각행覺行 아닐까 싶다.
"무심함이란 평생의 관심이 쌓아 놓은 익숙한 평화"
뭐 이런거 아닐까?
소는 알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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