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금강경>의 과단은 소명태자의 32분을 근거로 한다. 지금도 한역본 <금강경>을 독송하거나 번역할 때 이 32분을 근간으로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금강경> 32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부터 이 과단을 통해 <금강경>을 읽었으니, 그냥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논사들이 생각한 <금강경>의 과단과 비교하면, 소명태자의 32분은 별로 의미가 없다.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형상을 보고 나눈 것에 불과하다.
1. 법회인유분(法會因有分)
경이 설해지는 배경을 설한 부분이다. 누구나 읽으면 알 수 있다. 큰 의미가 없다.
2. 선현기청분(善現起請分)
선현인 수부띠가 묻는 것은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다. 별 의미가 없다. 사실은 수부띠가 묻는 질문 내용에 핵심을 맞추어야 한다. 수부띠는 “깨닫는 이의 탈 것에 바르게 나아간 이는 어떻게 머물러야 합니까, 어떻게 실천해야 합니까,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티벳본 금강경 번역]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금강경>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물음이다. 나집본에서는 “어떻게 실천해야 합니까?”가 빠져 있다. <금강경>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물음이 빠진 것이다.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다. 인도주석가들은 이 세 질문을 통해 <금강경> 전체를 이해하고 있다. <금강경> 전체에서 이 물음에 대해 답하고 있다고 봤다. 이런 시각을 우리는 놓치고 있었다. 이 부분을 까말라쉴라는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3. 대승정종분(大乘正宗分)
‘대승정종’은 ‘큰 탈 것의 올바른 교의’일 것이다. 이것이 만약 “수부띠야, 숨탄것[衆生]의 생각, 목숨의 생각, 생명체의 생각을 일으킨다면 그를 깨닫는 이[菩薩]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는 이유 때문에 ‘대승정종분’이라면, 이것은 의미가 없다. 듣는 이[聲聞]이나 혼자 깨닫는 이[獨覺]도 이런 생각이 없기 때문에. 까말라쉴라는 ‘마음일으킴[發心]’이라고 한다.
4. 묘행무주분(妙行無住分)
이 부분도 의미가 없다. 이 부분은 처음으로 마음을 일으킨 깨닫는 이가 깨달음의 행을 실천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묘행’이 될 수 없다. 소현태자는 <금강경>이 어떻게 시작하여 전개되고 결론을 맺는지 잘 알지 못한 듯하다. 사실 태자가 불교를 이해하면 얼마나 이해했겠는가? 무리도 아니다. 까말라쉴라는 ‘이룸[波羅蜜]을 실천함’이라고 한다.
5.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
이 부분도 의미가 없다. ‘여리실견’ 즉 ‘이치에 맞게 진실로 바라봄’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여기서 말하는 것은 ‘여리실견’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마음을 낸 깨닫는 이가 어떻게 여리실견을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라고 한 구마라즙의 번역문을 “만약 모든 형상이 형상이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볼 것이다”로 번역하여 이해하기 때문이다. 티벳문에서는 “생김새와 생김새가 없는 것으로 그렇게 가신 분을 보아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당연하지 않은가. 처음 마음을 낸 깨닫는 이를 부처님을 생김새와 생김새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처음에는, 세속적인 면에서는 생김새로 부처님을 접근하고, 궁극적인 면에서는 부처님을 생김새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까말라쉴라는 ‘물질의 몸을 얻기를 희망함’이라고 한다.
6. 정신희유분(淨信稀有分)
이 부분도 의미가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청정한 믿음을 일으키는 것이 희유하다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라, 청정한 믿음을 일으키는 가르침이 무엇을 지향하는가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까말라쉴라는 ‘진리의 몸을 얻기를 희망함’이라고 한다.
7. 무득무설분(無得無說分)
이 부분도 의미가 없다. 겉으로 보면 ‘무득무설’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처음 마음을 낸 깨닫는 이[菩薩]가 어떻게 ‘무득무설’을 알고, 이것을 깨닫겠는가? 무리다. 따라서 이것은 의미가 없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까말라쉴라는 ‘지혜를 자성으로 하는 설명하는 진리의 몸을 얻기를 희망함’이라고 한다.
8. 의법출생분(依法出生分)
이 부분도 의미가 없다. 불교의 모든 것이 ‘의법출생’ 아닌 것이 없는데, 왜 이 부분만 의법출생인가? 이것도 겉모양만 보고 이름을 붙인 까닭이다. 까말라쉴라는 ‘공덕을 자성으로 하는 깨닫는 진리의 몸을 얻기를 희망함’이라고 한다.
9. 일상무상분(一相無相分)
이 부분이 ‘일상무상’인 것이 잘 와닿지 않는다. 사향사과의 여러 모습이 본래의 모습이 아니라는 정도인데, 별로 의미가 없다. 이런 설명은 다른 부분에서도 늘상 언급되는 것이다. 까말라쉴라는 ‘수행하여 특별한 것을 얻는 것에 젠체함이 없음’이라고 한다.
10. 장엄정토분(莊嚴淨土分)
이 부분도 의미가 없다. ‘장엄정토’란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정토를 장엄한다니. 정토를 장엄할 것이 없지 않은가? 그 자체가 정토인데. 설사 정토를 장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처음 마음을 낸 깨닫는 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부분은 사실 세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소현태자는 적당한 분량으로 모아서 ‘장엄정토분’으로 이름을 붙였다. 까말라쉴라는 ‘부처님이 나타나는 것을 기뻐함’, ‘국토가 깨끗하기를 바람’, ‘숨탄것을 성숙시킴’으로 구분한다.
11. 무위복승분(無爲福勝分)
이 부분도 의미가 없다. ‘무위복(無爲福)’이 무엇인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용어다. 태자는 <금강경>의 네 구절로 된 게송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 등의 복을 무위복으로 이해한 모양인데, 이것은 이 복의 본질이 어떠한가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푼 바늘과 실이 옷을 꿰맬 때 사용되는 경우와 경책을 꿰맬 때 사용되는 경우의 다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무위복’이 없는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까말라쉴라는 ‘이교도의 논서에 집착하지 않음’이라고 한다.
12. 존중정교분(尊重正敎分)
존중정교분은 그나마 의미가 있다. 하지만 태자는 여법수지분(如法受持分)의 앞부분이 존중정교분과 결합되어야 하는 것을 놓치고 있다.
13. 여법수지분(如法受持分)
이 부분도 태자의 억지스러운 구분이 아쉽다. 몰라서 그랬을 것이다. ‘여법수지’ 즉 이치에 맞게 간직함도 약간은 지나친 표현이다. 그런 내용이 언급되고 있지 않다. 이 표현에 어울리는 부분이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보이기 때문에. 까말라쉴라는 ‘생명세계와 환경세계를 전체로 고집하는 것을 없애는 행함’이라고 한다.
14. 이상적멸분(離相寂滅分)
이것은 심각한 오역의 결과물이다. 나집본에서 ‘실상’을 實相으로 봤기 때문이다. 티벳본에서는 “올바른 생각”이라고 옮겼으니, ‘實想’에 가깝다. 아마 현장본에는 實想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연구실이 아니라서 확인하지 못했다. 결국 의미가 없다. 까말라쉴라는 ‘몸과 마음이 지쳐 애쓰지 못함, 시작하지 못함, 얻음과 받듦을 버림’이라고 한다.
15. 지경공덕분(持經功德分)
이 부분을 ‘지경공덕’으로 한정한 것은 의미가 적다. ‘지경공덕’은 경전을 수지하는 공덕이고, 이것은 자리의 측면이고, 이타의 측면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에서는 “베껴서 가지고, 지니고, 읽고,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세하게 설명한다면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하기 때문에. 까말라쉴라는 ‘매우 훌륭한 공덕을 거둠’, ‘가르침과 그것을 성취하는 것을 찬탄함’이라고 한다.
16. 능정업장분(能淨業障分)
17. 구경무아분(究竟無我分)
이 부분도 태자의 무리한 나누기가 적용된 부분이다. 이 부분의 앞부분은 나없음을 설명하는 것이 옳지만, 나머지 부분은 다르게 설명될 수 있기 때문에. ‘구경무아’란 용어도 모호하다. ‘마침내 무아다’라고 번역한 것이 있던데, 이것은 말이 안된다. 마침내 무아일 수 있나? 원래부터 무아인데. 까말라쉴라는 ‘통찰할 때 나라고 분별하지 않음’이라고 한다.
18. 일체동관분(一切同觀分)
이 부분도 의미가 없다. ‘일체동관(一切同觀)’을 ‘모든 것을 똑같이 보다’고 해석하는데, 이 용어를 쓰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설마 살의 눈[肉眼]에서 부처님의 눈[佛眼]이 모든 것을 똑같이 본다고 하는 것은 아닐테고. 까말라쉴라는 이 부분을 둘로 나누어서 ‘위없는 것을 보는 것이 깨끗한 오롯함’과 ‘위없는 것을 아는 것이 깨끗한 오롯함’으로 설명한다.
19. 법계통화분(法界通化分)
‘법계통화분’이라. 의미를 알 수 없다. 까말라쉴라는 ‘공덕을 쌓는 것을 얻는 오롯함’이라고 한다.
20. 이색이상분(離色離相分)
이 부분도 의미가 없다. 태자는 <금강경>이 어떤 방식으로 짜여져 있는가를 알지 못했다. 인도주석가들은 일체동관분 이하를 부처님의 땅으로 보았다. 까말라쉴라는 ‘몸이 오롯함’이라고 한다.
21. 비설소설분(非說所說分)
이 부분도 의미가 없다. ‘비설소설(非說所說)’의 의미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설명하지만, 내가 볼 때에는 ‘설함과 설할 것이 아님’이라고 푸는 것이 가장 정확한 듯하다. 하지만 부처님의 땅에서는 ‘아님’이나 ‘없음’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시명설법(是名說法)”이 주가 된다. 까말라쉴라는 ‘말씀이 오롯함’이라고 한다.
22. 무법가득분(無法可得分)
부처님의 땅에 대한 설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과단이다. 의미가 없다.
23. 정심행선분(淨心行善分)
부처님의 땅에 대한 설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과단이다. 물론 부처님에게 정심행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까말라쉴라는 ‘바로 깨달음’이라고 한다.
24. 복지무비분(福智無比分)
태자는 “어떤 사람”의 측면에서 ‘복지무비’라고 본 것이라 부처님의 땅에 대한 설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과단이다. 까말라쉴라는 ‘마음이 오롯함’ 중에서 ‘가르침의 의미를 크게 설정함’이라고 한다.
25. 화무소화분(化無所化分)
이 부분 역시 부처님의 땅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까말라쉴라는 ‘가르치는 말의 의미를 크게 설정함’이라고 한다. 한역경에서도 “여래설즉비범부(如來說卽非凡夫) 시명범부(是名凡夫)”라고 했다.
26. 법신비상분(法身非相分)
이 부분 역시 부처님의 땅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신비상(法身非相)’은 큰 의미가 없다. 까말라쉴라는 ‘진리의 몸을 가짐’이라고 한다.
27. 무단무별분(無斷無滅分)
28. 불수불탐분(不受不貪分)
태자는 이 부분들이 부처님의 땅임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과단을 나누었을 것이다. 부처님의 땅에 무슨 단멸과 받음과 탐냄이 있겠는가? 까말라쉴라는 이 둘을 ‘여읨과 돌고 도는 것에 머물지 않음’이라고 한다.
29. 위의적정분(威儀寂靜分)
30. 일합이상분(一合理相分)
31. 지견불생분(知見不生分)
‘일합이상’을 이치와 형상이 합쳐지는 것 등 이상한 번역도 있는데, ‘하나로 합쳐지는 이치의 방식’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부처님의 땅에 어울리는 과단은 아니다. 지견불생분도 마찬가지다. 까말라쉴라는 ‘환경세계[器世間]와 생명세계[衆生世間]를 위주로 머묾’이라고 한다.
32. 응화비진분(應化非眞分)
제일 뜬구름 잡는 과단이다. 까말라쉴라는 ‘번뇌가 없이 머묾’이라고 한다.
[출처] 소명태자의 <금강경> 32분은 의미가 없다.|작성자 금강신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