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 산에 올라보면 나무들이 나즈막해 세곡동사거리가 훤히 보이던 시절이다.
갓 출가한 행자는 심부름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수락산으로 가서
흥국사 주지 서운스님으로부터 밤나무 묘종 한 다발을 얻어 온다.
그 때 심은 밤나무가 오십년 세월 절 주변에서 봄이면 꽃 향기를
가을이면 알 밤을 무수히 쏟아 내는 고목이 되었다.
올 해도 임무를 다한 쩍벌송이들이 여기저기 나뒹군다.
떨어진 밤알은 빤질빤질 누구보다 먼저 주우려 새벽 종 치는 시간도
마다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보현성님의 손도 알까기로 분주한데
선택된 큰 알 들은 김치냉장고에서 제물 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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