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알랴

행복이여 호젓하여라

/고은


누가 알랴

시베리아에서 오세니아까지

몇날 며칠 밤으로 낮으로

한 떼거리 철새들 절망 없이 하늘 건너간다


누가 알랴

저 유라시아 서녘에서

동아시아까지

동아시아 지나

알류산열도 밑 북태평양까지

자전(自轉)의 행성 편서풍 쉬지 않고 건너간다


누가 알랴

세상의 바다 해류 조류 무릅쓰고

몇년 뒤의 먼 고향

한 생애를 바치는 늙은 연어떼 물속으로 건너간다


이제 누가 알랴

한반도 한뙈기 밭두렁

해 뜨고

해 지는 내내

밭 일손 놓지 않고 등 굽은 아낙의 삶이

눈먼 세월을 건너간다


누가 알랴

누가 알랴

행복이란 고단한 삶과 죽음 말고

다른 곳에 없다는 것

정작 행복의 찰나는 모른다

호미 놓고 숨 고르는 저 건너 산그림자

그 산그림자 건너

여기 저문 해 남아 있는 비탈

아기 젖 먹이는 엄마의 행복은

다른 곳의 휘황찬란한 환락을 모른다


행복이여 이토록 호젓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