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폭염 속에 매미들의 울음소리 또한 요란하다.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이런 열기 속에 제방의 구도행렬 또한 끊이지 않는데,
현재 서있는 그 자리를 뜨겁게 달구는 더위야 말로 살아있는 화두일 것이다.
고려의 진각혜심은 “등골을 타고 땀이 줄줄 흐르는 더위의 현장 그곳에서
자신의 본분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어느 곳을 돌아다니며 찾아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이것이야 말로 생사를 여의기 위한 참된 발심자의 무더위 피서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도리로 나아가야 조사들이 제시한 본분의 징표를 알아차릴 수 있는가.
사람이 축생과 다른 여러 가지 중 하나가 스스로를 돌이켜 볼 수 있는 능력인데
바쁜 생활 속에서도 문득 자신에게 질문을 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나는 누구이며 죽음은 무엇인가”, “어데서 왔다 어디로 가는 가”,
"지구의 종말은 언제인가”, “가치 있는 삶은 어떠해야 되는 가”등
가장 원초적 형태를 띠고 있다.
이와 같은 물음은 “자성의 확실한 인식 규명”이라는 명제로 의단화 되고,
그 의단을 타파 하려는 노력이 결국 깨침의 과정을 거쳐
다시는 생사를 의심치 안는 유유자적한 삶으로 이어진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그리고 있는 구도적 삶의 귀결이다.
그런 귀결을 향한 재가 불자들의 실 참 노력들이 빈번 해지는 요즘
그 양적 증가와 함께 참구자세 또한 올바른지는 실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현장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점 몇 가지를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가 참선 하는데 있어서 가장 요긴 한 ‘간절함’의 결여다.
간절함이 없기 때문에 참구자들의 화두가 대개 겉돌고
의단(疑團)으로서의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화두가 자신에게 던지는 원초적 질문인 근본의단이 결여 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근본의단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서, 부처님이 출가 이전 태자 당시
사문유관(四門遊觀)에서 보고 느낀 생 노 병 사의 덧없음을 통한 발심동기가 그것이다.
그것은 출가, 구도, 항마, 전법으로 이어지는 붓다의 구도적 삶 전면에
활력을 제공하는 중요한 모티부였는데,
그 동기부여가 절실 했던 만큼 확고한 깨침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부분이 상대적으로 미약하고 더구나 화두가 역행으로
주어지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불교를 신앙하다보니 참선을 알게 됐고
선을 하려니 화두가 있어야겠고 결국 화두를 타서 참구 해보지만
그렇게 주어진 의단 없는 화두는 ‘간절함’과 ‘절실함’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게 마치 자다가 떡 받은 사람 같고
정반합의 형성 없이 그저 명상수련 정도로 만족 하고 있는 형국이다.
분명 해야 할 건 발심동기이고, 그것 또한 확실한 근원적 물음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연기적 사고의 미숙을 들 수 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는 연기(緣起)는
부처님이 깨달으신 후의 제일성이며 근본사상 아닌가!
우리는 그 깨치신 내용은 물론 깨달음을 향한 참구자세 또한
연기적 속성에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
지혜인 듯 무명이고 순일한 듯 망상인 의식을
유기적 틀 속에서 막연히 그 지속성 유지와 연계성만으로 깨침의 순간을 지향하나
관념화 된 화두는 구두선에 그치고
이는 결국 의욕과 신심을 잃게 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의단이 화두와 망상으로 생성교차 될 때의
그 연기성을 바로 인지하고 의단을 돈독히 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하겠다.
셋째는 참구자세에서의 편견인데
간혹 화두만 들면 상기(上氣)가 되어 참선을 못 하겠다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잘못된 호흡관으로 단전에 무리가 가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또 눈에 힘을 잔뜩 주고 벽의 한곳을 집중적으로 바라보는 그릇된 자세로
심한 두통을 얻는 경우도 있고
침 삼키는 일이 의식에서 벗어나질 않아 불편해 하는 일 등
이와 같이 그릇된 자세로 인한 부작용이 의외로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이 모두가 화두를 육단심으로 밀어붙인 결과로
참구에 있어 육체적 용을 쓰는 자세는 가장 지양해야 할 것이다.
옛 선사들은 구도자를 근기로 차등화 했고
그 판단능력은 그대로 수좌를 제접하는 취모검 이였다.
그래서 선문에선 이렇게 방법론적 접근 자체가 다소 생소한데
그것은 선방이 상근들만의 선불장(選佛場) 성향이 짙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근기를 떠나 몇 가지 살펴보았으나
사족이요 군더더기라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점검이라는 용어에서는 더더욱 그러한데
그것은 동기와 귀결이 동시에 있고
처음 마음을 일으켰을 때 정각이 두루 하다는 말씀에
점검이라는 중간 개념을 용납 할 수 없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절실한 의단이 오갈 데 없어 결국 불조의 회통을 뚫으면
그때 스스로 점검이라는 주제로 퍼포먼스 해야 할 일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