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본래고향 길"

“내 마음의 본래고향 길"

김 법륜화(법수선원 선방 '보림도량' 회원)

한조각 구름이 흘러간다. 먹구름이 되면 소나기가 되어 쏟아지기도 한다. 뜬금없이 일어나 이리저리 흘러가는 구름을 따라다니며 아둥바둥댄다면 얼마나 어리석은가? 구름이 무슨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본래부터 뿌리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불가에서는 일체가 유심조, 즉 모든 것은 마음이 짓는다고 본다 하지만 마음 밖으로 끊임없는 욕망만을 쫒아 살아가던 지난날의 삶 속에서는'참으로 그렇구나'하고 긍정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하나의 욕망(사실'목표'라고 믿었었다)을 이루고 나면 미처 숨을 고르기도 전에 또다시 일어나는 욕망을 쫒아 나름대로 전력을 다하던 삶이었다 그러나 그 마음 가운데는 항상 "요번 일만 멋지게 끝내고 나면 '푸-욱 쉬어야지...'하는 편안하고 안락한 상태를 늘 꿈꾸어 왔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상태'란 쫒고자하는 바로 그 마음을 쉴 때에야 비로소 찾아든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많은 과정들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참선을 하게된 것은 바로 그 한생각 쉬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실 이 고백도 지금에 이르러서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지 지난날은 참으로 고뇌의 연속이었으며 바깥 경계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당당하지도 못하고 주체적이지도 못한 그런 삶이었다 한생각 쉬게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 한생각에 곧 만가지가 들어있기도 한 도리이거늘...... 그러니 마음공부에 들어서지 않는 한 어느누구도 이같은 행태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으며 불행하게도 안심입명에 이르기는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각자의 인연과 업따라 빚어지는 문제나 어려움의 양상들은 다르게 드러날 수 있어도 그 모든 것이 번뇌라는 점에서는 대동소이 한 것이다.
금생에 나는 절, 염불, 주력 등을 모두 체험하다가 결국에는 참선문에 들게되었다. 불.법.승 삼보의 무한한 은혜와 가피로, 하열한 근기를 타고 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닦고 공부하는 향상일로에 접어들 수 있었음에 오로지 감사하는 마음 뿐이다 타고난 성격 자체가 움직이기 좋아하고 밖으로 쏟아내기 좋아하던 나는 고요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길을 걷기에는 그 토대를 닦는 것 만으로도 벅찬 과정들의 연속이었다.
나는 처음에는 절을 많이했다 신.구.의 삼업을 통해 갖가지 업을 지었으므로, 몸으로 절하고 입으로는 불보살님의 명호를 간절하게 부르고 뜻으로는 오로지 간절하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절을 했다. 그리고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를 많이했다 다라니를 염송하면서 망상이 들어오지 않도 록 애쓰고 관세음보살님의 위신력으로 업장이 소멸되어지기를 발원하는 자력과 타력을 융합한 주력정진을 수년간 하는 동안 좌선에 필요한 '앉아있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 같다 또한 불도를 닦아나아가는데 양날개라고 할 수 있는 복과 지혜를 고루 닦으려고 노력했다 불자라면 복을 짓는데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게되면 바르게 나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참선수행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특별히 화두를 들려고 애쓰기 보다는 일어나는 생각들을 지켜보고 그 생각들을 놓아버리는 수행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정말 말 그대로 저절로 간화선 수행을 하게 되었다 묘한 것은 참으로 집착이 많은 나였지만 어느정도 마음이 쉬어진 상태에서 화두참선을 하게 되었기 때문인지 화두참구법에 관해서는 그다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냥 스스로 망상이 일어나면 일어난줄 알고 화두로 돌아가고 또다시 망상이 일어나면 화두로 돌아가고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굳이 말로 표현을 하자면 '한생각 일어나기 이전 자리'로 반조해가는 공부를 하게 되었다 화두를 들때 송화두(생각으로 화두를 이어가는 것)가 되지 않도록 애쓰다보니 비교적 어려움 없이 참선수행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러 선지식들께서 지적하시는 바와 같이, 공부에 진전 없기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 발심되지 않았음을 살펴보고 대신심.대의심.대분심을 내야한다는 말씀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망상이 없는가하면 혼침이요 혼침이 아닌가하면 망상이니 공부길은 사실 참으로 어렵기만 하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리고 스스로 돌아보건대 나자신의 공부가 참으로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나 이것 역시 내 마음이 짓는 것이 아닌가? 무슨일이 있어도 꼭 깨닫고야 말겠다는 발심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스스로 부끄러움을 들어낼 수밖에 없음에 그저 또다시 부끄러울 뿐이다.
이 길은 자도자긍, 곧 스스로 이르러 스스로 긍정이 되어야함을 현재 내가 정진하고 있는 법수선원 선원장 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스스로 알아가는 이 공부길에서 자못 미소지을 때도 더러는 있다. 업화의 불길이 강렬하게 타오르는 한생각을 나름대로 쉬어보는 체험을 할 때면, 어찌 홀로 흐믓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길이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러 대선지식들께서 한결같이 치열한 구도의 길을 가셨을 뿐만 아니라, 그 생생한 체험담을 나역시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들이 궁극에 이르러 가야할 길이라는 사실이 분명한 이상 스스로를 또다시 채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참선수행을 하게되면서 그동안 전도되었던 생각들이 뒤바뀌며 일체의 경계는 바로 나자신임을 알게 되었기에 불평불만이나 원망이 사라지게되는 등 실제로 많은 변화를 체험했다.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는 길. 그 길에서 방편으로 올라탄 참선수행이라는 훌륭한 배는 불보살님의 가호속에서 성불을 향해 노저어가게될 것이다. 내 마음의 본래고향을 찾아가는 길에서, 이미 그 고향의 따스한 자비로움에 의지하고 걸어간다면 처처에서 스승은 나를 보살피고 계실 뿐 아니라, 언제나 나에게 가르침을 전해줄 것이다. 그리고 나의 간절함에 따라 좋은 도반들이 항상 함께할 것이다 그렇다. 바로 이렇게 믿고 가는 것이다 혹시 아직 길을 못찾아서 헤매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열심히 기도정진하시고 발원하시면 반듯이 바른 길이 열리게 될 것임을 깊게 믿으시기 바라며, 세세생생 보살도를 닦아 모두가 성불하시기를 다시 한번 간절하게 발원한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8월의 태양이 살며시 그 자태를 드러낸 것이 비록 무더운 날씨지만 저 찬란함에 무슨 허물이 있을 수 있겠는가? 사시사철 언제나 태양은 늘 그렇게 말없이 만물을 길러내고 있을 뿐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