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에 가면 한 노 보살님의 수고가 깃든 태양초고추가 있다.
매년 가을이 되면 청양에서 그 노 보살님의 정성이 깃든 태양초고추를 가져다 주문한 신도들에게 전달하곤 했는데 그 빻아놓은 고춧가루의 황금빛에 다들 놀라곤 했다.
오로지 햇빛만으로 고추를 건조시킨다는 작업이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 힘든 수고를 다들 알기에 많은 농부들이 쪄서 말리는 쉬운 작업을 택하는데, 그 노 보살님의 고춧가루가 황금빛을 띠게 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수확서부터 건조까지 자식다루 듯 하는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문이 나자 너도나도 그 고추를 원해서 항상 물량이 부족했는데 올해는 그나마 그 태양초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고추밭이 주인을 잃은 것이다.
어제 그 노 보살님이 돌아가셨다는 전갈을 받았다.
숨 거두시기 전 자식들을 위해 키고 있는 인등의 십년 치 비용을 미리 송금해놓고 절에다 부탁전화를 남기시고는 마치 종사처럼 열반에 드셨다한다.
시다림을 가야 되는데 기도스님이 휴가 중이라 갈 수 없어 성만스님께 부탁드렸다.
보살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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