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은 처음도 기차요 마지막도 기차였다.
동경에 도착하여 전철로 바꾸어 타고 신주꾸(新宿)역에서 내려 짐 보관함에 가방을 넣어 놓은 우리는 점심 겸 저녁을 먹기 위해 가벼운 차림으로 몇 정거장 떨어져 있는 아까바네(赤羽)역에 위치한 스시전문식당으로 향했다.
이곳은 숙구보살이 자주 이용하던 식당이었는지 식당 종업원들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한국말을 하는 교포 종업원도 있었다.
식당은 식사시간으로는 어정쩡한 시간인데도 손님과 종업원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숙구보살의 말에 의하면 식사시간에는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 먹어야 할 정도라고 했다.
한 곳에 자리 잡은 우리는 일본의 전문 스시식당의 분위기에 젖어 식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주문은 숙구보살에게 맡기고 나오는 대로 먹어주기를 한참을 반복했다.
간혹 점장 요리사가 지르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흔들어대는 요령소리는 새로운 생선을 하나 잡는다는 신호라는데 그때마다 바쁘게 움직이던 종업원들이 제자리에 서서 박수를 보내고 있었고 몇몇 손님들은 화답이라도 하듯 주문을 넣고 있었다.
식당은 무슨 종교의식마냥 일정하게 요리사들과 종업원들이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었고 손님들은 좁은 공간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자리에서 조용히 식사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식사 후 일어 날 때 보니 상위에 빈 스시접시가 32개나 쌓여 있었다.
제법 밥값이 많이 나왔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애초 한국에서부터 공양내기로 했던 숙구보살에게 잘 먹었다는 인사로 감사함을 대신하고는 다시 신주꾸에서 짐을 찾아 오늘의 목적지 교사또(淸里)를 향해 출발하였다.
교사또는 우리의 경기도 같이 번잡한 동경을 떠나있는 야마나시껭(山梨縣)에 위치해 있었는데 마쯔모도(松本)행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려 고부지자와(小淵澤)역에서 내려 다시 두량짜리 작은 열차를 갈아타고 세 정거장 지나 도착할 수 있었다.
밤이지만 깨끗하고 예쁜 마을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고, 역 앞에서 택시를 갈아 탄 우리는 잠깐 달려 숲속에 위치해 있는 칠층 높이의 콘도식 아파트에 도착하였다.
이곳이 바로 숙구보살의 일본 거처였다.
동경에서 오래 살다가 공기가 좋아 이곳으로 옮겼다는데 4층에 위치한 아파트에는 주민이면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용목욕탕이 있었고 일단 짐을 풀어 놓은 우리는 아무도 없이 물이 설설 끓는 목욕탕에서 몸부터 담군 후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목욕 후 방으로 돌아온 성만스님과 나는 이층구조의 현대식 아파트이지만 일본의 집들은 상당히 좁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에서 삼일을 보낼 예정이고,
내일을 기대하는 두 형제의 일본에서의 첫날밤은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저물어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