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본연(淸淨本然)하거늘 어찌하여 문득 산하대지(山河大地)가 생겼습니까?”
부루나의 의구심에 부처님의 말씀은 명료하다.
"부루나야! 네가 말한 것과 같이 청정하고 본연한데 어찌하여 홀연히 산하대지가 생겼겠느냐? 그대는 내가 늘 '성각(性覺)이 묘명(妙明)하고 본각(本覺)이 명묘(明妙)하다'고 하는 말을 듣지 못했느냐?"
“자성 각은 묘하며 밝고 본각은 밝고 묘할 뿐이다”라는 부처님의 말씀에 유무(有無)와 생멸(生滅)의 이분법에 빠져있던 부루나의 분별심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능엄경의 문답형 논조는 대체로 이렇게 자상하며 세밀하다.
이 경의 요지는 환경과 물질에 끌리는 혼탁한 마음을 버리고[棄濁染], 오묘하고 밝은 깨달음의 지혜를 발하는[發妙明]것인데 수행자의 기본자세와 요체 또 수행의 과위와 여러 마장들로 엮여져 강원의 필수교과이며 선수행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
다음도 아란이 마등가의 주술에 빠져 음란죄를 범하게 될 번한 상황을 비유 들어 말씀하신 능엄경 수도분의 한 구절이다.
淨極光通達 寂照含虛空 却來觀世閒 猶如夢中事
맑은 빛은 통달하여 고요히 허공을 비추이고
돌이켜 세간을 바라보니 오히려 꿈속의 일이로다.
摩,登,伽在夢 誰能留汝形 如世巧幻師 幻作諸男女
마등가도 역시 꿈속인데 누가 너의 몸을 붙들겠느냐?
이는 세간의 기묘한 환술사가 환술로 남녀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아
雖見諸根動 要以一機抽 息機歸寂然 諸幻成無性
비록 육근의 움직임이 있지만 핵심은 하나의 중심을 잡는데 있으니
숨 고르고 고요한 곳으로 돌아가면 모든 환의 허망함을 알 것이다.
이는 여섯 구절로 추려져 여러 사찰의 주련으로 장식되고 있는데
마곡사의 대광보전과 갑사의 대웅전 또 논산 쌍계사법당의 주련이 그러하고
법수선원의 대적광전 주련도 역시 그렇다.
淨極光通達 寂照含虛空
정극광통달 적조함허공
却來觀世閒 猶如夢中事
각래관세간 유여몽중사
雖見諸根動 要以一機抽
수견제근동 요이일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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