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시간은 오후에 잡혀있었고,
오전 짬에 숙구보살은 거사가 모셔져 있는 절에 가서 꽃이나 올리고 오겠다고 해서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어차피 함께 귀국하는 일정이라 같이 동행해야하고 일본의 영가를 위하는 절차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해서 흔쾌히 따라나섰던 것이다.
사업상 한국에도 여러번 방문했다던 고지마상은 상당히 미남이었고 정이 많은 남자였다는데 그를 일찍 보낸 숙구보살은 우리를 안내하는 곳곳에서 옛 기억을 떠올리는 듯 했다.
우리여행은 관광여행과 추억여행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절 이름은 만장원이였는데 아까바네(赤羽)역에서 도보로 약 20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역에서 내려 걸어 갔다.
시내에는 박스형디자인의 차량들이 많았고 크락션 소리는 일체 들을 수 없었는데 아무도 건너는 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신호는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일본은 만화의 인기캐릭터를 지향하는 듯한 젊은이들의 모양내기와 각각의 개성 있는 차림들로 막 불황에서 벗어나는 경제와 함께 활기가 넘쳐 있었고 그들은 마치 GNP와 국민성의 함수관계라도 증명하려는 듯 깍듯한 예절과 합리적 생활습관으로 무장 되 있었다.
어쨌든 대외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일본이라는 생각을 하며 도착한 만장원은 역시나 칸칸이 난간을 두룬 비석들과 그 주위에 세워둔 나무위폐들로 뒷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숙구보살은 고지마(小島)상의 비석을 물로 청소해준 뒤 준비해온 꽃과 향을 올리고 성만스님과 나는 반야심경을 한편 쳤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공즉시색 색즉시공,,,,,”
목탁 없는 염불로 집전을 하며 나의 본업이 염불하는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는데 간단한 불교의식에도 숙구보살은 남편이 평소 절을 즐겨 찾았다면서 무척 좋아 했다.
그렇게그렇게 일본 일정을 마친 우리는 점심으로 소바를 먹고는 나리다공항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귀국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은 우리나라 인천공항의 시설은 세계제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리무진버스에 몸을 싣고 한동안 꺼져있던 휴대폰을 켰다.
이렇게 일주일간의 일본여행은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