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꼬 인” 호텔에서 이틀을 보낸 우리는 예약관계상 이케부쿠로(池袋)에 있는 호텔 “SUN CITY"로 거처를 옮겼다.
일찍이 체크인 해놓고 짐을 맡긴 후 동경주변의 시내관광에 나섰는데 천왕이 산다는 정원이 유명한 고쿄히가시교엔(황궁동원)과 불상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 박물관, 전자상가로 유명한 아카하바라등을 둘러보고 점심을 해결하러 역 백화점 꼭대기에 위치한 중국식 뷔페식당에 자리 잡았다.
식당에는 먼저와 있는 젊은 여학생들로 여간 소란스럽지 않았는데 7~8명이 내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뭐가 저리도 좋을까?”
허긴 날아가는 새 궁둥이만 보아도 웃음이 난다 할 때이니 참으려다가 공공장소에서 지나치다싶어 지배인을 불러 주위를 주었다.
그러나 그것도 별무소용 이였다.
숙구보살 말에 의하면 동경에는 가끔 젊은이들에 의해 이해 못할 광경이 많이 벌어지기도 한단다.
웃음소리가 요란한 가운데에도 우리일행은 이것저것 날라다 먹으며 점심을 마친 후 계산대 앞에 섰으나 지배인이 뭐라 한참을 이야기한다.
표정으로 봐서 돈을 안 받겠다는 소리 같은데 숙구보살을 불러 자초지종 사연을 들어보니 역시 그랬다.
식당이 소란스러웠으나 그들도 손님이라 가서 주위를 주지 못했고 식당주인으로서 우리에게 폐를 끼치게 되어서 식사비를 안 받겠다는 것이다.
“허,,,,,,,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일본에 와서 공짜음식을 다 먹게 된 우리는 한참을 미안해하는 식당지배인을 뒤로하고 다음 장소인 일본 정토종 총본산 증상사와 그 위에 위치한 동경타워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지배인이 식사비를 안 받은 것은 아마도 스님의 일본 야쿠자 같은 덩치와 외모에 질려서 그런 것 같다”는 전철 안에서의 숙구보살 말에 성만스님과 나는 한참을 웃었다.
약 이십 여분간의 도보로 도착한 증상사는 동경의 비싼 노른자 땅을 넓게도 깔고 앉아 있었는데 도량에는 일찍이 명을 달리한 수자령 영가와 애기영가를 위한 빨간 모자의 작은 석상들이 수도 없이 둘러 있었다.
다른 절에서는 보기 어려운 상당히 귀여운 모습의 석상이라는 생각으로 한참 촬영을 한 후 법당에 들러 애기영가를 위한 축원을 올려주고는 증상사 바로위에 위치해 일본의 여러 방송국안테나 역할을 하고 있는 높이 333미터의 전파 탑 동경타워에 올랐다.
전망대에서는 그 넓은 동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고 시민들의 운송수단으로 기차 없이는 시가 마비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보였다.
우리는 아이스크림 하나씩 나눠먹고 타워를 내려와 하나둘 불이 밝혀지는 거리를 걷다보니 연기를 풀풀 날리며 간단한 음료에 꼬치구이를 구워 판매하는 모퉁이 가게가 보였다.
주로 노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었고 퇴근길의 사람들은 서서 또는 앉아서 이것저것 시켜먹고 있었는데 나도 한쪽에 자리 잡고서서 꼬치구이와 생 비루 한잔을 시켰다.
꼬치구이가 맛이 있어서 성만스님과 숙구보살은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으나 아랑곳 하지않고 서빙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손짓 눈짓하며 한참을 시켜 먹었다.
일본은 세계제일의 장수국가답게 노인들의 경제활동이 꽤 활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로 돌아와 맡겨 놓은 짐을 찾아 방에 들어보니 “도요꼬 인” 호텔보다 방이 더 좁아보였는데 얼마나 좁았는지 물 안틀어 놓고 욕조에 들어갔다가는 끼어서 나오지도 못할 뻔 했다.
우리나라 남북 합쳐 세배의 땅 크기인 일본,
그러나 전 국민이 작고 좁게 살아가는 것이 생활화 되 있었고 건물마다 지진대비 설계가 잘되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일이면 드디어 한국행이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tv보다 잠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