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 밑에 한 뙈기 묵은 밭
몇 번이고 팔았다가 다시 산 것은
송죽에 이는 맑은 바람이 좋아서라네.
묵은 밭에 이는 송죽바람을 노래한 오조법연스님(五祖法演：?∼1104)의 오도송이다.
논밭에 얽힌 이야기로는 혜월스님(1862-1936)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스님은 경허스님의 제자인데, 가는 곳마다 거친 땅을 일궈 논밭을 만들어 놓아 개간(開墾)선사라 불리였다.
한때, 스님은 양산 내원사에 계셨는데 어떤 사람의 꾐에 빠져 애써 개간한 문전옥답 다섯 마지기를 싼 값에 팔았다.
그리고 그 논 판 돈으로 일꾼을 고용해 산자락에 다랑논을 만들어 어렵게 천수답 세마지기를 개간하시고는 매우 흡족해했다 한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제자가 물었다.
“스님! 문전옥답 다섯 마지기를 팔아서 일꾼들 품삯으로 다나가고 힘들게 일해 겨우 천수답 세 마지기밖에 장만하지 못했는데 뭐 그리 좋다고 즐거워하십니까?”
그러자 혜월스님이 꾸짖듯 말했다.
“이 녀석아! 무슨 셈법이 그 모양이냐. 문전옥답 다섯 마지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 논 판 돈은 사람들이 품삯으로 받아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지. 그리고 산비탈에 없던 논 세마지기가 새로 생겼으니 이거야말로 이득을 보아도 크게 본 건데 왜 즐겁지 않겠느냐?”
쌀을 가마로 훔쳐가는 도둑의 지게 끝을 살짝 들어 주었다는 혜월스님,
내 것과 남의 것을 뛰어넘어 대승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스님의 넓은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일화이다.
현대를 스님의 계산법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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