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운 주 사


세상이란 굴레위에
나를 조각해 놓고
내 본 모습
다 뒤집어놓고
 
그저
흐르는 구름만 보고
새의 지저귐만
들으라 하시네

세상 산야
뒤적이는
님 잃고 마음 잃은
나그네의
발길에 채이고
 
비 바람에
내 아미 적시운체
님은 여기에
내 누워 있는 줄 알고
찾으시는가
 
가슴에 새긴 정은
천불 천탑 되었고
불국정토 새긴 뜻은
풀잎 이슬 되었든가
 
내 거기 가서
산이 되고
버려져 이슬 된
님을 알지 못한 채
북적이는
세상사만 훔치고 왔네
 
가엾은 이 마음
알아줄리 없겠지만
세상에 혼자 같은
내 마음 너는 알으리

경내 가득
퍼져나는 향 내음 타고
세월 잊은 듯한
목탁 소리
이 가을 깊어 가는데

떠난 님에
그림자만 밟아지는 건 
가을빛 아리따운
나만의 그리움 이리
 
내 몸 묻어나는
땀 내음 맡으며
운주사
탑 그늘에 눌러 앉아
지저귀는
이름 모를 새의 입놀림에
한눈팔지만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가을빛 아름다움만
눈언저리 다가와
괜한 마음
어루만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