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으로 무엇을 해먹을까하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파저리가 시콤새콤 김치 통으로 반통이나 남아 있다.
밥통에는 어제 운동하고 저녁 해먹은 밥이 남아 있었고 찌개만 끓이면 되겠다싶어 파저리를 지져먹기로 하였다.
보통 쌀뜨물을 받아서 국 국물로 사용하나 마침 바지락국물 얼려 놓은 것이 있어 그것을 녹여 국 국물로 하고 파저리를 넣고 콩기름을 두른 후 소시지가 있어 썰어 넣고 신맛을 가시기 위해 설탕을 약간 넣고 센 불로 두었다가 끓기 시작하자마자 약 불로 놔두고 짬을 이용해 개들을 가두고 밥을 주었다.
어제 나주로 내려간 “정진”이를 끝으로 강아지들 분양은 끝났다.
“보시”는 인천 보각선원으로, “지계”는 양평 세월리 진웅스님에게, “인욕”이는 남한산성 장경사 의연스님에게 각각 분양되어 새 삶을 살게 되었다.
진도개들 특성상 앞으로는 나를 만나도 애초 주인으로 알아보지 못하고 새 주인한테 충성을 다할 것이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 빌며, 법수선원도량지킴이로 남아있을 “선정”이와 “지혜”암수 두 놈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가며
어제 운동 후 회원들의 잔가지제거 울력으로 훤해진 도량을 둘러보다 마당에 풀을 뽑고 있는데 요즘 일찍 올라오셔서 법당청소하고 기도하는 것이 일상이 되신 “도성행”님이 오늘 일과를 마치고 내려가시고 있었다.
아침이나 들고 가시라고 할 틈도 없이 종종걸음으로 다음 일정이 바쁘신 모양이었다.
제법시간이 됐다싶어 부엌에 가보니 찌개가 보글보글 잘도 끓고 있었다.
대충 차려 놓고 국을 떠서 맛을 보니 “그래! 바로 이 맛이야!”였다.
“역시, 나의 찌개 끓이는 솜씨는 알아줘야해,,,,,,,” 자화자찬을 하면서
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우리는 진수성찬으로 잘 차려진 밥상을 싫어한다.
그래서 전라도의 이층으로 나오는 수많은 찬의 정식은 아무리 가격이 싸도 별로다 싶다.
몸이 요구하는 데로 한두 가지의 찬과 국으로 식사를 하는 게 좋다.
찬에도 컨셉을 주고 싶은 것이다.
어찌 찬뿐이랴 오늘 하루에도, 나의 일생에도 개념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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