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는 죽순에서 내리 뻗어 45일이면 하늘의 구름을 가른다.
일단 자라놓고 가지와 잎을 여는 대,
쪼개질 때뿐만 아니라 자랄 때도 파죽지세이다.
그런 기세로 법수선원 대밭이 실해졌다.
대는 여러 쓰임이 있으나 죽비로 만들어져 선방 좌복 옆에 자리할 때 가장 그 기상이 늠름하다.
옛 어느 선비는
"통 굵은 늙은 대나무가 가운데 토막에서 퍽 소리를 내고
터져 분질러지는 것을 보면 비장함에 눈물을 흘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대가 선방에서 입선삼성을 알리면 그 파성(破聲)은 죽은 송장도 일으켜 세울 듯 날카롭다.
그러니 좌복 위의 졸음과 망상은 한순간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
그렇게 죽비는 좌복과 함께 찰떡궁합으로 선방에서 만년을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