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4.(동)

임지가는 길 중간쯤 있는 원숭이마을.

임지는 허가서 없이는 갈 수 없는 외국인 출입금지 구역이다.
수풀林에 버섯芝자를 쓰는 그곳에 대한 기대가 컸다.

라사에서 운남성을 향한 남쪽으로 약 500킬로 왕복 1,000여킬로가 일박여행으로 잡혀 있었고 우리는 아침 일찍 짐을 싣고 출발하였다.

허가서 없어 곤란해 하는 여행사에게 우리는 애초의 약속이니까 일정대로 진행하라하였고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중국,
약속위반하기로 유명한 중국여행사도 미경씨의 닦달에 꼼짝없이 일정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임지로 가는 길은 한 폭의 동양화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아름다운여정이었다.

옛 “차마고도”위에 뚫린 도로 곁으로 군데군데 남아 가끔 고개를 내미는 절벽 밑 아스라한 옛길들이 마방들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고 구름은 항상 계곡 양쪽 산허리에 걸쳐있었다.

눈 녹은 물이 흐르는 계곡 곁의 언덕은 풀 뜯는 야크와 양떼들을 방목하는 장족들의 텐트가 가끔 보였고 푸르게 또는 빨갛게 양철지붕을 한 이주 한족들의 새 거처도 말끔하니 단장이 잘되어있었다.

500여 킬로를 가는 동안 역시 5,015고지 미라산(米拉山)을 넘어야 했으나 이제 어지간히 들 숙달이 되어 잘 적응하는 모습들이다.

중간에 오체투지순례단을 만나 컵라면과 김 등의 음식도 나누어주고 사진도 찍었는데
비가 오나 눈이오나 햇볕이 쬐나 도로변을 따라 오체투지를 하며 포탈라궁을 향해 11개월 째 가고 있다는 그들을 보니 참으로 경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론 장족들의 이런 풍습도 넘쳐나는 여행객들의 차량행렬이 품는 매연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걱정도 됐다.

계속 차는 달려 임지에 거의 다와 “카딩구”라는 곳을 들르자 호수를 넘쳐 물이 떨어지는 “천불폭포”가 가히 장관을 이루고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송락들이 척척 늘어져 있는 것이 역시 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러둘러 구경을 한 후 시내에 들어서자 호반의 도시를 계획성 있게 바둑판처럼 잘도 꾸며놓았는데 물론 한족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길거리에서는 젊은 라마승이 다가와 시주를 권해서 100원을 주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종이와 오색실로 엮은 기도문 같은 것을 목에 걸어주며 축원을 해주었다.

중국정부는 중경서부터 임지를 거쳐 라사까지 2,000여킬로의 이차선 도로를 건립한 인민해방군의 업적을 임지에 큰 탑 모양의 기념탑으로 세워 치하하고 있었다.

우리는 중국에서 유명한 중경식 샤브샤브 식당으로 찾아가 저녁을 맛있게 먹고는 숙소에 들어가 쉬었는데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짐을 싸들고 임지를 벗어나야했다.

허가증이 없는 우리는 현지가이드의 권유대로 조선족행세를 했으나 아무 증명도 제시 안하는 우리를 수상히 여긴 호텔프론트에서 직원이 신고를 했고, 그래서 가이드가 자는 방에 무장공안이 왔었다는 데, 아침 일찍 임지를 벗어나겠다고 어찌어찌 협의를 하여 돌려보낸 모양이었다.

우리 행색이 아무리 봐도 조선족 같지는 안았겠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도 외국인문제로 시끄러워지는 것을 몹시 꺼리는 것 같았다.

내국인이 외국인 상대로 범죄를 일으키면 최소 세배의 형량으로 다스리고 있었고 TV에서는 아무데나 휴지를 버리는 자국민들의 계몽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밤마다 한국드라마가 여러 채널에서 방영되는 서장자치구,
한 채널은 최진실이 나오는 오래전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중국말로 더빙이 되어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이런 분위기를 보며 최소한 문화적으로는 우리가 중국을 일부 점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갔던 길을 되짚어오면서 약 2,500년 된 나무들이 즐비한 栢林숲도 들르고 아침으로 얼굴이 환한 총각이 파는 죽도 사먹고 그랬다.

조금 일찍 나와서 그렇지 임지 답사는 계획대로 잘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