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기차레일이 닿은 최고점은 해발 5067m,
차안에 누워 눈 덮인 곤륜산과 그 아래 끝없이 이어지는 양떼, 야크 떼들의 풀 뜯는 모습을 보며 너도나도 활기가 넘치더니 기차가 고지 4~5천을 넘나들자 모두들 조용하다.
차안에서는 쉴 새 없이 김빠지는 소리로 산소공급을 해주고 있지만 모두들 침대에 누워 고지적응에 열중하느라 필요 없는 에너지소모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달려도달려도 끝없는 곤륜산.
동물들이 들판에 주둥이 처박고 있는 것은 마치 뉴질랜드의 목가적 풍경과 비슷했으나 다른 것이 있다 면은 빼앗긴 자의 설음과 점령한자의 긴장감이 아직도 공존하고 있다는 것과 엄청 높은 설산의 고지대라는 것이었다.
복잡한 베이징 역을 출발해 서안, 난주, 서령 역등을 지나 서른 시간 만에 도착한 백두산 높이의 거얼무 역은 새벽운무가 자욱했었다.
그곳에서 기차 헤드를 고산용으로 교체한다고 들었었는데 확인은 못했지만 본격적인 레이스 준비로 식식거렸던 열차는 지금 아주 열심히 잘 달리고 있는 것이다.
거얼무에서부터 고산평원을 무려 18시간을 달려야 도착한다는 티베트 땅 “라사”
우리가 티베트 라사를 답사하기로 한 것은 오래전부터이다.
여타 순례와 달리 계획에 계획을 더해 준비해왔으나 8명의 답사팀 중 2명은 건강상이유로 순례를 포기해야했다.
한 스님은 귀에 이석이 자주 빠져 도저히 고지대 적응을 못할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했고
또 한 스님은 간이 안 좋아 출발 며칠 전 포기의사를 밝혔다.
여행 경비중 100만원을 대중들 공금으로 희사하면서까지 빠지겠다는 데야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보살 두 분이 급조되어 팀을 메 꾸어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문제는 출발당일아침 빠지겠다는 스님이 또 생긴 것이다.
작년 미얀마 선방에서 병을 얻어 아직 회복이 덜 됐다는 스님은 이번 답사에서 빠지면 다시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심장이 벌렁거려 도저히 고산적응에 자신이 안 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렵게 예약해 놓은 칭짱선 일등칸 표 한 장이 그냥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베이징에서 라사로 하루 한번 출발하는 칭짱선 일등칸은 64석박에 되지 않아 중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표이다.
빽이 있어도 웃돈을 얹어야 구할 수 있다는 표를 무려 여덟 석이나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중국에 사는 교포 미경씨 덕이었다.
미경씨는 중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교포로서 과거 삼화사에 적을 둔 인연으로 스님들 중국여행에 가끔 가이드를 맡고 있는데, 중국의 왕서방과 결혼하여 교포생활한지 10여 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신심 있는 불자이다.
어쨌든 마지막으로 한 스님이 더 포기함으로 해서 이번 여행단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티베트답사에 대한 열기를 꺾어 놓지는 못했다.
우리는 지금 설렘을 않고 곤륜산 평원을 마치 뱀처럼 한 없이 미끄러져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