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띄우는 흐름은 그 근원이 멀도다.
송이 큰 꽃나무는 그 뿌리가 깊도다.
가벼이 날리는 떨어진 잎새야.
가을바람의 굳셈이랴.
서리 아래에 푸르다고 구태여 묻지 마라.
그 대(竹)의 가운데는 무슨 걸림도 없느니라.
미(美)의 음(音)보다도 묘(妙)한소리 거친 물결에 돛대가 낫다.
보느냐, 샛별 같은 너의 눈으로
천만의 장애를 타파하고 대양(大洋)에 도착하는 득의의 파(波)를.
보이리라 우주의 신비, 들리리라 만유의 묘음(妙音),
가자가자 사막도 아닌 빙해도 아닌 우리의 고국,
아니 가면 뉘라서 보랴,
한 송이 두 송이 피는 매화.
* 1918년 만해스님이 당신의 창간지《유심》제1호에 쓴 권두언인데,
<봉암사결사 60주년 참회문> 끝에 추가로 달고 싶어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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