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초하루에 쓸 시금치 몇 단과 미나리 좀 사다주세요.”
후원보살님이 전화로 부탁을 하면 항상 새벽에 장을 봐다 준다.
양재 농협 ‘하나로’를 주로 이용하는데 오늘은 양이 얼마 안돼서 등산배낭 메고 자전거타고 나섰다.
새벽3시반,
불침번 서던 개 두 놈이 다리 앞까지 마중 나왔다가는 돌아갔는지 안 보일 때쯤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도로를 힘껏 달렸다.
가끔 신호위반으로 냅다 달리는 차들의 소음만 요란했지 도로는 한가했다.
목적지까지는 고개가 세 개,
예비군 훈련장 앞 고개를 힘들게 저어 올라 내리막을 질주할 때는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얏호! 이게 도대체 몇 킬로야?,,,”
어두워서 가로등 및을 지날 때, 게이지를 살짝 보니 시속45킬로를 넘나든다.
“우와 신난다! 신 새벽에 이게 왠 호사냐,,,”
신나게 달리다보니 금방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하나로 넓은 주차장을 쌩하니 가로질러 식자재매장으로가 시금치와 미나리를 집어 들었다.
시금치 다섯 단에 4,500원, 미나리 넉 단에 3,000원 합이 7500원.
계산을 얼른하고 배낭에 정리하니 용량이 아주 딱 맞는다.
그렇게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오는데 어린이병원 앞 고개를 지날 때 쯤 경찰차가 옆에 천천히 따라붙는다.
배낭 짊어진 나를 새벽 털이범쯤으로 의심하는 듯 한참을 번쩍번쩍하더니 그냥 지나간다.
“뭐,, 헬멧 썼지 앞뒤 전조등 후미등 다 갖췄지 이렇게 완벽한 나의 쇼핑을 겸한 자전거 라이딩을 의심하면 안 되지,,, ”
어쨌든 경찰력이 살아있음에 안도하는 마음을 가지며 예비군 훈련장 앞서부터의 내리막은 그냥 탄력 받아 27단으로 세곡교까지 쉬지 않고 왔다.
신나게 달리는데 누가 뒤에서 재잘재잘 된다.
“아저씨,,아저씨,,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아저씨 넘 멋쟁이에요. 우선 우리를 매장에서 구해줘서 고맙고요. 이 시간에 이렇게 달리는 기분,,아아,,이건 뭔가요? 이런 느낌 첨이에요.”
등 뒤에서 미나리와 시금치들이 좋아서 떠드는 소리였다.
“그래그래 오늘 너희들을 살짝 데쳐서 깨소금 쳐서 맛있게 먹어줄게? 응? 조금만 기다려,,,”
“ㅎㅎㅎ,,,,,,어쨌든 좋은 인연이에요.”
오늘 시금치 반찬은 얼마나 맛이 있으려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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