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논농사 지을 때는 논 곁에 스몰저수지를 만들어 놓고 물을 대는 웅덩이가 있었는데 그것을 우리는 ‘둠벙’이라 불렀다.
‘둠벙’에 솟는 물은 항상 맑고 깨끗해서 온갖 생물과 수초들이 즐겨 살았고 그 물가에서 놀다 미끄러져 허우적대던 어릴 적 기억도 아스라하다.
또한, 그물 들고 미꾸라지 몰러 들어갔다 장단지에 다닥다닥 붙은 거머리를 보고 기겁을 했던 기억과 그렇게 건진 미꾸리들이 소금을 뒤집어쓰고 대야에서 파닥대던 모습 등이 ‘둠벙’에 얽힌 추억이다.
그 후 출가승의 길을 걷게 되고 법랍이 쌓여 법사를 정해 법호를 받아야 될 즈음
별로히 법사라 신의할만한 인연종자가 없어 스스로 법호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둠벙사랑’이라 즐겨 쓰던 인터넷네임으로 법호를 생각하다가 소리음대로 한문으로 연계해 “둔봉”이라 짓게 되었다.
무딜 둔(鈍)자 봉우리 봉(峰)자,
날카롭지 않고 둥실한 산봉우리,,,고향집어디서든 볼 수 있는 작은 언덕,,,뭐 이정도의 뜻이 너무도 맘에 들어 불명 앞에 붙여 “둔봉영주(鈍峰泳柱)”라 흔쾌히 부르게 된 것이다.
화정사가면 항상 연못을 들여다 본다.
연들로 꽉 채워진 그 속을 바라보고 있으면 온갖 잡념이 녹는듯하고 역시 마음에 이는 ‘둠벙사랑’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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