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께 혼나고 대중들의 수군거림을 참을 수 없어 떠났던 가류다이는 삼년 만에
다시 기원정사를 찾는다.
그를 반가이 맞이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비구니 ‘굴다’였다.
손수음식을 만들어 공양을 베풀던 그녀의 집을 자주 찾곤 했었는데 그가 이렇게 비구니가 되어있을 줄이야.
“이리로 들어오시오.”
문밖을 살피며 굴다 비구니를 방으로 들어오게 한 가류다이는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물었다.
“참 오랜만입니다. 언제 출가를 하셨습니까?”
“삼년 전 먼 곳으로 장사를 떠났던 남편이 죽었습니다.
사방에 의지할 곳이 없던 저는 스님을 찾아 기원정사를 찾았지만 그땐 이미 스님도 여기를 떠난 뒤였습니다. 어디로 가셨는지 알았다면 뒤쫓았을 것입니다. 아무도 행방을 모르더군요.
그래서 출가해 이렇게 비구니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살포시 눈가에 맺히는 눈물이 가슴을 저렸다.
하염없이 나를 그렸을 그녀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다.
그러다 방안에서의 이러한 광경을 세존께서 아시면 또 불호령이 떨어질게 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삼년 전의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가류다이는 굴다의 손을 가볍게 밀치며 말했다.
“당신도 이제 비구니입니다. 부처님의 제자는 세존께서 정하신 계율에 따라 살아가야합니다. 비구와 비구니는 애욕을 벗어난 청정한 생활을 해야 합니다.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
“스님! 저에게 시키실만한 일이라도 없으신가요. 청소라도 해드릴까요?”
“아닙니다. 젊은 비구들이 깨끗이 청소를 해두었더군요. 물병에 물도 가득하고요.”
“그러면 입고계신 옷이라도 벗어주세요 제가 빨아드리겠습니다.”
그날이후로 굴다는 가류다이의 방을 드나들며 청소를 하고 속옷까지 말끔히 빨아 곱게 정리해두곤 하였다.
얼마 후 가루다이는 예전처럼 수많은 비구 앞에서 세존의 차가운 눈길을 대해야 했다.
“가류다이야, 굴다 비구니가 너의 방을 자주 출입한다는 게 사실이냐?”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하지만 굴다 비구니는 저에게 누이와 같은 존재입니다. 전 그녀와 어떤 음행도 한일이 없습니다.”
“설령 음행을 하지 않았다하더라도 폐쇄된 공간에 여인과 단둘이 있는 것은 비구가 할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에게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앞으로는 다시하지 말아라.”
“,,,,,,”
“가류다이야, 굴다 비구니가 너의 옷을 손수 빨았다는 게 사실이냐?”
“부처님, 제가 옷을 빨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굴다 비구니가 자청해서 한 일입니다.”
“가류다이야 굴다 비구니가 너의 어머니냐?”
“아닙니다.”
“너의 아내냐?”
“아닙니다.”
“친누이냐?”
“아닙니다.”
“딸이냐?”
“아닙니다.”
“친척이냐?”
“아닙니다.”
“세속에서도 어머니나 아내나 딸이나 친척이 아니면 남자의 옷을 함부로 빨아주지 않는다.
헌대 어찌 명색이 비구라는 자가 친척도 아닌 여인에게 속옷을 빨게 했단 말이냐?”
세존 앞에만 서면 가류다이는 도통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된다.
세존께서는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병이 들었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면은 비구는 비구니에게 옷을 빨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짓은 니살기바일제(尼薩耆波逸提)를 범하는 것이니, 이러한 죄를 저지른 비구는 대중에게 잘못을 참회해야만 하느니라.”
가류다이는 또 고개 숙여 새파랗게 젊은 비구들에게 참회해야 했다.
그러고 방으로 돌아온 가류다이는 다시 발우와 가사를 챙겼다.
“내가 왜 여기를 그리워 찾아왔던가.”
가류다이는 또다시 기원정사를 등지고 떠난다.
어스름한 달빛의 어두운 밤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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