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도 많은 마른 나물을 친정집 다녀가는 온순한 딸처럼 청양에서 잔뜩 챙겨왔다.
무청말린 시래기부터 가지, 고사리, 토란대, 호박, 고구마줄기, 다래순, 취나물말림 등등
묵나물의 종류도 많은데 물론 백프로 올가닉이다.
“'만해심'이 오래 살아야 할 텐데,,,,”하는 걱정도 해가며 어제 그 산채식의 고소함을 되씹었다.
밥 아홉 그릇 먹고 아홉 지게의 나무를 해 와야 한다는 날.
우리 조상들은 정월보름을 보내며 양의 극수인 아홉에 희망을 걸었다.
심지어 매를 맞아도 아홉 대를 맞아야한다 했으니 말이다.
돌연 매품팔러갔다 기회를 잃고 돌아오는 흥부의 탄식이 들리는 듯하다.
누워서 뻗으면 다리는 앞마당이고, 손은 울타리며, 웅크리면 엉덩이는 담 밖이니 동네사람들의 발길질에 살 수가 없다는 흥부집.
전라도와 경상도와 충청도가 만나는 곳에 있다는 그 집에서 아버지만 기다리는 배 주린 12명의 자식들은 무엇으로 입에 풀칠을 할까.
이 엄동설한에,,,,,,,,
요즈음도 그런 집이 있다면 참으로 흥부가 기가 막힐 일이겠다만서도
어제의 가난이 바늘하나 꽂을 땅도 없는 가난이었다면 오늘의 그것은 바늘마저 없는 가난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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