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와 인연이 있는 남조의 양나라 무제(武帝:502~549)는 신심이 지극하여 불심천자(佛心天子)라 불리었는데 바둑을 무척 좋아했고 하루는 국정을 논하기 위해 합두선사를 초청해 놓고는 신하와 바둑에 몰입해 있었다.
얼마나 몰입해 있었는지 "폐하! 합두스님을 모셔왔습니다."라고 고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상대의 대마를 향해 "에잇! 죽여 버려,,,"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를 들은 신하가 평상시 성격이 불처럼 급하기로 유명한 무제의 외침을 무시할 수 없어 다시 진언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바로 합두스님을 형장으로 데려 갔다.
그리고 합두스님께 "스님! 대단히 죄송합니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오나 스님을 모시고 왔다고 말씀을 아뢰오니 폐하께서 크게 진노하시면서 처형을 명하셨습니다, 어찌해야 하옵니까?" 라고 말하자,
"걱정 말고 어서가세,,,”하면서 합두스님은 스스로 단두대에 올라 앉아 가부좌를 틀고 게송을 읊었다.
사대본래공(四大本來空)
오온본비아(五蘊本非我)
이수전춘풍(以首前春風)
유여단춘풍(猶如斷春風)
사대육신 본래비어 공함이요
오온또한 본래내가 아니로다
머리들어 봄바람에 나아가니
봄바람을 베는것과 똑같도다.
그리고 다시 태연한 자세로 웃으시면서 자신의 업보에 대해 첨언을 하셨다.
"내가 먼 전생에 조그만 동자승으로 있었을 때 산골 밭을 매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괭이로 두꺼비 한 마리를 찍어 죽인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죽은 두꺼비가 오늘날 양무제가 된 것이라네. 그 때 내가 일부러 죽이려고 해서 두꺼비를 죽인 것이 아니듯이, 오늘의 양무제 또한 스스로 조차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를 죽이는 것이니 이 모두가 전생의 과보를 받는 것일 뿐이라네..."
늦게사 상황을 전해들은 양무제는 그만 넋을 잃고 눈물로 참회하며 그 이후로 다시는 바둑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은 조선시대의 편년사 조야첨재(朝野僉載)에 실려 있는 합두선사와 양무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목을 베는 칼날을 봄바람에 비유한 스님의 호방함은 정확한 인과를 꿰뚫는 안목이 있어 가능하겠다.
일체가 어차피 영원한 내 것은 없는 것, 사대육신도 예외는 아니겠고,,,
자연에서 일정기간 리스해서 쓰다 반납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무척 속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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