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전참묘'의 주인공 남전보원(南泉普願 748∼834)의 제자 중에는 걸출한 장사경잠(長沙景岑 ?∼868)이 있다.
경잠은 호남 장사현 녹원사에 주로 살아 ‘장사경잠’이라 불렸는데 남전이 마조도일(馬祖道一 707∼786)의 법제자이니까 경잠은 마조의 손법상좌가 되겠다.
수려한 곳에 살아서인지 시적운치가 뛰어나 여러 편의 시를 남겼으며 늘 자연과 예술을 사랑했다한다.
한때, 산놀이하고 돌아오는 길에 시자가 물었다.
“어디어디를 다녀오셨습니까?”
“그래,,,향긋한 풀꽃을 쫒아갔다가 떨어지는 꽃잎을 따라 돌아왔구나.”
멋진 선문답이다.
다음은 우리들이 흔히 외우고 있는 그의 게송 ‘백척간두(百尺竿頭)’다.
百尺竿頭坐底人(백척간두좌저인)
雖然得入未爲眞(수연득입미위진)
百尺竿頭進一步(백척간두진일보)
十方世界現全身(시방세계현전신)
백척간두 꼭대기에 주저앉은 사람아
비록 도에 드나 참다움은 못되나니
백척간두 그곳에서 한 걸음 더 내 딛어야
시방세계에 부처님의 나툼일세.
백척간두는 높은 장대 끝을 말한다.
그 곳에서 한발 더 내딛어 뛰어내려야 시방세계와 한 몸이 된다함이니 자못 서늘하다.
또한, 송나라 야부도천을 빼고 어찌 역대 시승을 논 하리,
不是一番寒徹骨(불시일번한철골)
爭得梅花撲鼻香(쟁득매화박비향)
得樹攀枝未足貴(득수반지미족귀)
懸崖撒手丈夫兒(현애살수장부아)
뼈 속에 한기가 사무치지 않았다면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 향을 얻을까
나무 가지를 잡음은 그리 귀한 일 아니요
벼랑을 잡은 손 놓을 줄 알아야 장부라네
진일보(進一步)와 현애살수(懸崖撒手),
비슷한 느낌의 두 낱말과 함께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오른다.
해리슨 포드의 ‘인디애나 존스’에서는 비밀의 책에 기록된 바에 따라 까마득한 절벽에서 한 발 내딛었더니 투명한 징검다리가 있었고,
장쯔이의 ‘와호장룡’에서는 절벽에서 떨어져 소원을 이룬 젊은이의 전설 따라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 아득한 구름 속으로 주인공 ‘용’은 몸을 던진다.
여기서 무한낙하를 선택한 ‘용’의 결단을 어찌 자결로 보겠는가.
자신의 소원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희미한 암시요 영화의 해피엔딩이었다.
그렇다. 삶과 죽음은 하나다.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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