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빗줄기에 대들이 허리가 꺾여나거나 뿌리를 앉고 쓰러졌다.
장대 같은 비로 대숲이 쑥대밭이 된 것이다.
그 장대의 대가 대숲의 대 아닌가?
비유와 실재가 상극으로 만나 아수라장이 됐는데 그 속을 헤집고 들어가 톱질을 했다.
“딱~~~뚝딱~~~딱~”
살짝 톱만 대어도 대들은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죽통 터지는 소리를 내며 모로 쓰러졌다.
땀인지 빗물인지 눈이 짜다.
문득 어느 영화의 빗속 사투장면을 떠올리며 한참의 작업을 마친 후,
마치 사냥에서 이긴 승리감으로 늘어진 대들을 끌어 모았다.
어제 절에서의 한 때 행위였다.
굵은 몸통을 수초 속에 감으며 아나콘다가 악어를 노려본다.
저 놈을 삼켜 내 소화시켜 주리라.
우선 놈의 강한 턱 놀림을 피해 허리를 감고 질식시킨 후 꼬리부터 먹을까 입부터 집어넣을까.
나의 턱관절을 최대한 벌려 아밀라아제를 듬뿍 발라 삼키면 내 위의 소화액은 놈을 완전히 흐물흐물 녹일 것이다.
그러나 재수 없어 놈의 날카로운 등 살에 내 뱃가죽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일생일대 최악의 시나리오다.
자 이제 실행에 옮기자.
“쉬익,,,,”
아프리카에서 큰 뱀의 한 때 행위였다.
업(業)은 산스크리트어에서는 까르마(karma), 팔리어에서는 깜마(kamma)라 하는데 ‘하다’에서 나온 말로 ‘ 행위’ ‘행함’을 말한다.
부처님은 업을 의도(意圖,cetana)라고 말씀하신다.
의도는 신구의(身口意)를 통해 삼업을 형성하고
육근을 통해 온갖 윤회 업을 낳는다.
이에 부여되는 불자의 임무는 크게 두 가지다.
이미 지은 업은 그 소멸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고,
앞으로 업 될 행위는 그 싹부터 자르는 것이다.
이렇게 윤회의 씨앗을 없애려는 노력이 불자의 제일바라밀이다.
보살계가 앞으로 업 될 일을 자르겠다는 서원이었다면
예수재는 이미 지은 업을 녹이겠다는 실천행인 것이다.
오늘 예수재가 있는 날,
나를 천도(遷度)하는 행위가 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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