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불님!

잠깐 눈을 떠보세요.
세상을 바라보세요.
눈이옵니다.

고행불님!

어제 없던 눈이 내립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빈자일등의 ‘난타’도
금을 깔던 장자 ‘급고독’도
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유미죽의 ‘수자타’도
독버섯의 ‘춘다’도
가물가물 역사 속 이야기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량으로는 이미 부처이고
모양으로는 벌써 보살인데
모두가 다 그 속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고행불님,

있는 그대로 보고
움직이는 대로 들어냅니다.
청정법계가 원만하여
무너짐도 뒤섞임도 없으니
속박되지도 않고
해탈을 구하지도 않습니다.
존중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습니다.
이 몸이 법계에 두루 차니
사대육근이 본래청정인줄 알고
원각묘심이 변만법계하니
사량심이 본래성불임을 알겠습니다.

고행불님!

잠깐 눈을 떠보세요.
허공가득 눈이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