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묘원의 '즉시영산', 국청사의 풍간,한산,습득의 입상
천목산에서 세 시간 넘게 이동해 천태에 도착하였다.
천태종의 종조 천태지자대사의 고향.
지역명이 그대로 스님의 호가 되고 그 스님의 명성이 그대로 한 종파명이 되었다.
교학을 섭렵하고 관법을 연 교관총지의 큰 스승이신 천태지자대사(538~597)가 활약하던 시기가 수나라 때이니 고봉, 대혜, 중봉보다 6,7세기 앞선 시대이다.
화정강사, 국청강사 등 천태스님의 유적사찰에는 절 이름에 강(講)자가 붙어있어 이체로 왔는데 소형버스 두 대로 갈아탄 일행은 천태산 꼭대기부터 우선 올라 점점 내려오며 답사하는 방법으로 사찰참배를 하였다.
제일 높은 곳의 화정강사에는 강원학승들의 우렁찬 상강례 소리가 도량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절 주변 차밭과 중간지점에 위치한 지자탑원은 대숲이 가지런히 쌓아올린 축대등과 어울려 옛 정취를 그대로 풍기고 있었다.
탑원 입구에서 “즉시영산(卽時靈山)”이라는 글을 마주했다.
“이곳이 영산이다.”
이 짧은 글귀에는 천태스님이 스승과 법화삼매에 들어 3일간 부처님의 영산회상에 나투어 참례하고 온 일화가 스며있었는데, 문득 그 감회와 함께 시공을 초월해 부처님의 법화경 설법처인 영축산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또한 한때 걸망한구석에 일정기간 자리하고 있었던 스님의 저서 ‘천태소지관’, 그 구도의 마음을 일으키고 열어나가는 방법이 논리정현하고 자상하게 엮여 있었던 기억이 새로운데 그 글을 읽던 신심이 아른거려 묘원 주변에서 한동안 발길을 뗄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며 참배를 마치고 차에 오르니 다음코스는 한산,습득,풍간의 국청사였다.
한국과 일본천태종이 경쟁하듯 흔적을 남겨놓은 국청사는 천년 넘는 꽃나무와 멀리 지자탑이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었고 도량에는 박태기나무의 화사한 꽃망울이 한창이었다.
문혁당시 파괴의 손길이 덜 탄 듯 정원과 사내 건축물이 옛 모습 그대로여서 천만 다행이였다.
사찰한쪽 편에 위치한 삼현전에는 예상대로 풍간과 한산습득의 입상이 모셔져있었는데 만면에 화사한 웃음을 머금은 성현들의 개구진 몸짓에 여로가 가시며 마음이 일순 청량해졌다.
문수보현의 화신이라는 한산습득, 그들이 이 천태산 주변에서 풍간과 남긴 일화도 많고 그 시 또한 유명하다.
寒山拾得二聖 降亂時曰 可可可
我若歡顔少煩惱 世間煩惱變歡顔
爲人煩惱終無濟 大道還生歡喜間
國能歡喜君臣合 還喜庭中父子聯
手足多歡刑樹茂 夫妻能喜琴瑟賢
主賓何在堪無喜 上下情歡兮愈嚴
呵呵呵
하하하 허허허 웃으며 살자.
걱정 않고 웃는 얼굴 번뇌 적나니,
이 세상 근심일랑 웃는 얼굴로 바꿔라.
사람들 근심 걱정 밑도 끝도 없나니,
큰 깨달음의 도는 기쁨 속에 꽃이 피네
나라가 잘 되려면 군신이 화합하고
집안이 좋으려면 부자간에 뜻이 맞고
손발이 맞는 곳에 안 되는 일 하나 없고,
부부간에 웃고 사니 금실이 좋을 시고
주객이 서로 맞아 살맛이 절로 나니,
상하가 정다우며 기쁨 속에 위엄 있네
하하하 허허허 웃으며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