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박7일 일정에 산이 여섯 개가 들어 있으니 하루에 하나씩 등산한 셈이다.
구화산, 황산, 경산에 이어 이번엔 천목산인데 이 산엔 세분 스님이 모셔져있었다.
중앙이 천목산의 주인공이며 ‘선요’의 저자 고봉원묘(高峰原妙)스님이고 스님의 제자 중봉명본(中峰明本)과 단애요의(斷崖了義)가 협시해 있다.
후대에 강남고불로 불리는 중봉명본이 고봉원묘스님을 찾아뵈러 깎아지른 절벽을 오르다가 다리가 부러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만큼 깨치지 않으면 죽어나가겠다던 스님의 사관이라는 수행 처는 사자굴이라는 기암절벽에 위치해있는데 제자 ‘단애’ 또한 공부가 여여 하지 못하다하여 스승에게 밀려 절벽으로 떨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그때 대중들이 시신을 수습하러 장비를 가지고 내려가 보니 눈밭에 앉아 정에 들어있었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하늘을 찌를 듯한 빽빽한 측백나무 숲과 가파른 절벽은 마치 영화 ‘아바타’의 가상세계에 나오는 숲 같다고 찬사하며 우리는 삼림욕하듯 상쾌한 기분으로 들떠있었다.
중봉은 “천목산이 높다고 하나 고봉의 높이를 넘지 못하고, 겹겹이 지옥의 관문이 험하다고 하나 사관(死關)의 험준함에 비교할 수 없다”고 스승의 고고함을 칭송했다.
사관 앞에서 멀리 부처님 형상을 한 석면불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며 세 스님이 일화를 생각한다.
현장을 답사하는 맛이 바로 이런 맛이리라.
강남고불 중봉은 스승보다 뛰어난 제자였던 게 분명하다.
우리 귀에도 익숙한 “입차문내 막존지혜”라는 문구의 주인이기도한데
그 시의 전문은 이렇다.
神光不昧(신광불매) 신묘한 불성광명 어둡지 않고
萬古徽猷(만고휘유) 만고에 오히려 장엄하나니,
入此門內(입차문내) 불법의 문안으로 들어오려면
莫存知解(막존지해) 아는 체 분별심을 두지 말라.
양자강 남쪽의 훌륭한 스승이다 하여 불렸다는 강남고불,
참고로 중국의 오대고불을 거론해보자.
조계고불(6조 혜능), 강서고불(마조도일), 위산고불(위산영우), 강남고불(중봉명본) 그리고 조주고불(조주종심)인데,
불자라면 누구나 혜능, 마조, 위산, 그리고 조주의 이름은 귀에 익숙하나 중봉명본(中峯明本)만은 천목산에 와서야 확인할 수 있는 조금 낯선 이름이다.
사관 옆에 지어진 사자구(獅子口)에는 ‘철저히 죽어야만 산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고봉의 사자후가 쓰여 있다. 우리일행은 사관의 서릿발 같은 기상을 온몸으로 느끼며 숙연해졌다.
'고봉원묘'스님은 스님의 저서 선요(禪要)>에 나오는 말씀 실중삼관(室中三關)으로 제자들을 제접 했다.
실중삼관이란 세 가지 실참 관법인데 천태지관과 함께 스님이 제시한 독특한 수행관법이다.
“빛나는 태양이 허공에 떠 있어 어떤 곳도 비추지 못할 게 없는데 무엇 때문에 조각구름이 이 빛을 가리는고?"
"사람마다 그림자가 있어 몸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데 무엇 때문에 이것을 밟을 수 없는고?"
"온 땅이 하나의 불구덩이인데 무슨 삼매를 얻어야 불에 타지 않는고?”
무슨 삼매를 얻어야 할까.
이런 삼매명은 어떨까?
화중생연(火中生蓮)삼매.
이어지는 일정은 천태지자대사의 천태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