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기가 풀가동되는 계절이다.
특히 후원 채는 반 지하에 가건물이라 벽과 바닥에 물기가 생겨 장마철이면 비상이다.
모든 창문을 닫고 보일러와 함께 제습기와 에어컨을 동시 가동한다.
아침에 제습기통 가득모인 물을 비워줄 때면 무슨 농산물 수확한 것 마냥 즐겁다.
허공중에서 이렇게 많은 습기를 빨아 당겨준 기계에 고마울 따름이다.
문제는 후원에서 주무시며 이 시스템을 이해 못하는 노 보살님이다.
그저 비가 오면 낮이고 밤이고 문만 열어놓으면 되는 줄 아신다.
창문은 물론 붙박이 옷장, 이불장, 그릇장 전부 열어놓는다.
바깥 습기를 오히려 불러들이는 것이다.
그러니 문이란 문은 다 처닫고 보일러 돌리고 에어컨 틀고 제습기를 돌려야한다는 상황을 설명해도 이해 못하신다.
물론 잠자야 되는 시간에 소리 나고, 전기세 나가는 그 상황이 좋을리 없겠다.
그래서 선방에 올라와 주무시든가 아들 아파트에 가서 우기를 보내고 오시든가하시라면
‘내가 없이 후원이 돌아가는 줄 알어?’하고 서운해 하신다.
무엇을 하나 이해시키려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보현성만 그런가 노인들은 다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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