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외로 선택됨은 혜택일 수도 있고 절망일 수도 있다.
입대 후 가평 제3야수교에서 운전 배우고 자대에서 경장갑차(APC)조종교육까지 이수한 나는 내무반생활을 하며 식사당번이 끝나자 빼찌카 당번을 지원했던 적이 있다.
교육열외, 집합열외, 점호열외, 근무열외라는 빼찌카 당번에게 주어지는 매력에 끌렸기 때문인데, 그러나 겨울내무반을 따뜻하게 유지해야하는 임무가 장난이 아니었다.
석탄가루와 황토를 군수과에서 타다가 물과 혼합해 비율을 잘 맞춘 떡탄을 삽으로 퍼서 화덕에 얹어 놓고 탄 구멍을 기술적으로 뚫어 낮이고 밤이고 불을 지펴야하는 게 임무였는데, 불이 꺼지면 난리 날 것은 자명한 일, 그 좁은 구멍 안의 떡탄을 바라보며 불 안 꺼트려야 한다는 생각이 종일 화두였다.
그 와중에도 취침점호 후 제대말년들의 은밀한 요구로 끓여대던 라면 맛은 유일한 낙이였지만, 열외 좋아했다 불당번지원한 나는 얼마안가 쌍코피 빵빵 이였다.
그 뒤로 열외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인생에서 자연스럽게 열외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예비군, 민방위가 차례로 열외 되더니 종단교육원에서 새롭게 실시하는 주지의무교육도 승랍30년이 넘었다고 열외란다.
서운한 일이다.
그나마 포살법회도 승랍 삼십이상이면 열외이나 나이가 60안쪽이라고 참석해야한단다.
다행이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고 있다.
오늘 조계사에 포살하러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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