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가 지고 있는 길을 눈 옆을 가린 말이 잘도간다.
우리는 지금 마차를 타고 저녁 먹으러 가고 있다.
방금 올랐던 쉐산도파고다에서의 감동을 여운으로 안고 셋씩 나눠 탄 마차는
풀 섶을 헤치며 크고 작은 탑사이로 난 굽은 길을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이다.
쉐산도 파고다.
황혼녁에 파노라마처럼 전개되는 주변의 전경은 듣던 대로 감동의 물결이었다.
머리에서는 싯귀가, 입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누군가 이 장면에서 감동의 눈물을 안 흘릴 수 없었다 해서 일행을 돌아보니 모두들 사진 찍기 바쁜 가운데 역시나 감성이 여린 대원해님이 홀로 눈물을 찍어 바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물은 높고 가파른 쉐산도 파고다의 계단에 질려 흘리는 눈물이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어쨌든 순례첫날 비행기연착 빼고는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곧이어 도착한 식당에서는 직원들의 환한 웃음이 피로를 싹 가시게 했고 야외에 차려진 식단의 단아함과 강변의 풍경이 또 한 번 우리를 놀라게 했다.
이천 킬로를 흘러내려가는 이라와디강가의 식당남쪽에는 부처님의 치아사리를 모셨다는 파고다가 황금조명을 받고 있었고, 강 건너 먼 마을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지 먹구름 사이로 번갯불이 번쩍이고 있었는데 그 광경은 그대로 우리 일행을 환영하는 폭죽놀이였던 것이다.
왁자지껄 식사를 마칠 무렵 때마침 전기가 나갔는데 사방이 칠흑처럼 어두워지자 순간 하늘에서 무수한 별빛이 쏟아졌다.
와! 연출도 이런 연출은 없었다.
저마다 입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통기타음악이 합창으로 흘러나왔고 대불심님의 고성은 열심히 화음을 맞추고 있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그대만을 사랑 하리,,,내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
박수를 치며 노래하는 사이 얼마 안 있어 전기불은 들어왔지만 센스 있는 직원들이 가로등을 꺼줘서 그 여흥은 계속 이어졌고 한참을 먹고 마시며 노래하던 일행은 숙소로 향한 발걸음을 옮기며 아쉬운 하루 일정을 마쳤다.
그렇게 바간에서의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