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안들이고 손가락두개로 도끼질을 한다.
머슴의 근육질몸매도, 구슬 같은 땀도, 허공을 가르는 도끼날도 필요 없다.
윙하는 기계음소리 잠깐으로 뻐걱하며 갈라지는 생 통나무소리는 십년체증이 내리는 듯 속이 다 시원하다.
유압도끼의 포스와 솔 향에 취해 피곤한 줄도 모르고 장작 한배까리 팼다.
도끼질하면 어느 해 겨울동안거인가 상원사 부목들이 생각난다.
장작 패는 부목만 서너 명이 있었는데, 키가 아주 크고 소 같은 인상의 허리가 구부정한 처사가 대장이었다.
장작패는 것도 요령이라는 듯 마른몸매로 휘두르는 그의 도끼질은 오대산골을 쩌렁쩌렁 울렸었다.
망월사가 있는 겨울 도봉산골도 한때는 도끼질소리가 요란했다.
국립공원에서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인데 그때는 수십 년 된 나무들을 베어재꼈다.
단속은 있었으나 겨울나려면 장작밖에 연료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뒤로 경유를 산 밑에서 밀어 올리는 호수시설을 해놓고서야 도봉산나무들이 성할 수 있었다.
지금의 법수선원도 장작을 패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나 여름태풍이 그린벨트 안에서도 좀 때고 살라고 여기저기 잔뜩 솎아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됐다.
한편으로는 고마운 태풍.
세로로 자르는 일은 엔진 톱이 맡고, 가로로 자르는 일은 유압도끼가 그 임무를 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