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도 깨지면 이렇게 꿰매 쓸 수 있다.
옻을 틈사이로 채워 수리하기에 물이 새지 않는다.
사방이 냉한기운이지만 돌솥이 끓어 방안은 따뜻하다.
찻물 끓는 소리가 대나무 쓸리는 소리, 솔바람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좋은 화음을 이루고 있다.
어제는 멀리 탄천이 굽어보이는 ‘영산엽’님의 집에서 차회를 열었다.
탄천은 양재천과 만나 한강으로 굽어 돌며 도심 속에서 개천의 운치를 맘껏 뽐내고 있었다.
노름꾼들이 은밀한 장소에서 담요를 펴듯 우리는 찻상주위로 모여 앉았다.
남인을 마시며 동경호를 떠올렸다가 침향을 피우며 백단향을 이야기했다.
주인장이 퇴근해 돌아와 합류할 때까지 향과 맛과 소리를 즐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