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거산 진여선사는 ‘운거도웅’(?~902)스님의 도량이다. 신라의 ‘진철이엄’이 운거의 법을 이어 황해도 해주 광조사에 수미산문을 열었는데 신라 선종 구산선문중 유일한 묵조선 맥이다. 현판은 역시 조박초의 글씨다.
버스로 굽이굽이 한참을 올라 이런 연꽃분지가 있다니, 터를 잡았다는 명풍수 사마두타의 안목답다. 주위는 물이 풍부한 연못과 논밭, 차밭이 어우러져 한때 800명대중이 자경농으로 수행하였단다.
“법우래청악 종풍계동산” 청원산 정거사에 머물던 '청원행사(行思, ?~740)'스님은 남악회향과 함께 육조의 제자이며 훗날 오가칠종의 하나인 조동종의 7대조가 된다. 주련의 청악에서 왔다는 것은 '청원행사'스님의 법맥을 말함이고 스님의 법이 조동종가풍을 열었다는 함축된 뜻이겠다. 운거스님은 조동종의 종조 '동산양개'(807~869)의 제자이다.
춘설내린 법당 앞 정원이 아름답다.
절에서 차린 점심공양이라 역시 정갈했다.
공양마친 스님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절 한켠에는 ‘허운’(1840~1959)스님의 기념관이 있다.120세수를 사셨고 근현대 중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지식이다. 문혁 때 홍위병들에게 수모도 당하셨고 말년에 이곳에서 열반하셨다.
'허운'스님이 짚으셨던 육환장을 집고 한 컷,,,옮긴 사진이 더 퍼져 보인다.
기념관을 관리하는 노장이 천진하다.
멀리 절 입구가 보이고 오른편에 '담심석'이 있다.
'불인교' 또는 '담심석'이라고도 하는데 이곳 운거산에서 40년 주석한 불인요원(佛印了元)선사(1032~1098)와 소동파가 계를 맺었다는 장소다. 소동파(1036~1101)가 옥대를 빼앗겼다는 이야기가 유명하고, 비슷하게 황벽스님에게 배휴가 홀을 빼앗겼다는 이야기는 이미 300년 전 일이다.소동파의 옥대는 지금도 강소성 진강 금산사에 가면 볼 수 있단다.
한때 소동파가 불인선사를 찾아왔는데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이에 불인선사가 “의자가 없으니 어쩌지요?”했다.
그러자 소동파가 “선사의 사대육신(四大六身)을 좀 빌려 앉을 수 있을까요?”했다.
이에 선사가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내가 문제를 낼 테니 거사가 맞추면 내가 의자가 되어 드리고 만약 못 맞추면 거사의 허리띠를 제게 풀어 주기로 합시다.”
소동파는 자신 있게 응했다.
“사대는 본래 공하고 육근은 자취가 없는데 거사는 어디에 앉으시렵니까?”
“,,,,,,,,,,,,,,,,,,,,,,,,,,,,”
소동파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허리띠를 풀어주고 돌아갔다.
전복법우와 ‘불인교’에서 그 퍼포먼스를 했다.
‘운거’스님(?~902)이 다녀가는 ‘조주’스님(778~897)을 이곳까지 배웅하셨단다.
그래서 입구 돌 현판이 ‘조주관’이다.
문 앞에 앉아있는 저 개는 조주의 ‘구자무불성’도리를 알고 있는듯하다.
운거스님의 묘탑인데 불두를 닮은 것이 특이하다.아제 구광국사장은 안내하는 내내 선사들의 선문답을 인용해 의문을 던졌다. 선근종자(禪根種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