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종심(趙州從諗,778~897)'스님은 관음원을 찾은 조왕을 침상에서 맞는다.
제자의 예로 법을 묻기 좋아했던 조왕은 개의치 않고 다음날 신하에게 몇 수레 분량의 예물을 보내 공양케 한다.
그러자 스님은 문밖까지 나와 정중하게 신하를 맞는다.
제자들이 손님접대가 거꾸로 된 것 아니냐고 의아해하자 스님은 웃으며 말씀하신다.
‘나는 상근은 침상에서 누운 채로 맞고, 중근은 응접실에서 예를 갖춰 맞으며, 하근은 산문 밖까지 나가 맞는다.’
훗날 소동파가 이일을 떠올리며 금산사 ‘불인요원(佛印了元,1032~1098)’선사에게 편지로 방문을 알린다.
편지내용은 자신이 방문할 때 일상대로 침상에 편안히 계시라는 것이었는데 이는 은근히 자신을 상근대접 해달라는 암시였다.
그러나 ‘불인’선사는 문 앞까지 부리나케 마중 나와 소동파를 맞이한다.
스님의 하근대접에 서운한 듯 소동파는 넌지시 한마디 한다.
‘스님의 공부가 조주스님보다 못한 것을 알겠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소동파의 내심을 간파하고 웃으며 말씀하신다.
‘허허,,,내게는 온 세상이 선을 닦는 침상이요.’
그때 스님의 게송이 이렇다.
昔日趙州少謙光 석일조주소겸광
不出山門迎趙王 불출산문영조왕
怎知金山無量相 즘지금산무량상
大千世界一禪床 대천세계일선상
그 옛날 조주선사 겸손을 비웃으며
산문도 나서지 않고 조왕을 맞았다네
그대 어찌 금산의 무량상을 알겠는가
온 세상이 선을 닦는 침상인 것을,,,
스님에게 허리띠를 뺏긴 적이 있는 소동파는 이번에도 멋지게 한방 맞은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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