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산유엄 (745-828)스님은 호남성 풍주의 작약산(芍藥山)에서 설법하여 약산이라 불렸다.
하루는 몇 번의 청에도 응답이 없는 스님을 뵈러 풍주태수 ‘이고’가 약산스님을 찾아왔다.
‘스님은 소문만 못한 것 같습니다.’
‘태수는 어찌 귀는 귀하게 여기고 눈은 천하게 여기는가,,,’
이에 '이고'는 자세를 정중히 하고 다시 법을 묻는다.
‘도가 무엇입니까?’
스님은 손으로 하늘과 책상 앞의 물병을 말없이 가르켰다.
"......................."
무슨 뜻인지 몰라 침묵이 흐르는 사이 스님의 게송이 이어진다.
저두앙면무장처 (低頭仰面無藏處)
운재청천수재병 (雲在靑天水在甁)
"머리를 들거나 내리거나 숨길 수 없음이여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속에 있네..."
이런 인연으로 ‘이고’는 스님의 유발상좌가 된다.
어느 날 스님은 ‘법당 무너진다! 법당 무너져!’라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제자들은 뛰쳐나가 사방의 법당 기둥을 힘껏 떠받쳤다.
“이 놈들, 도대체 내 뜻을 모르는구나!”
이 한마디를 남기고 곧 입적하셨는데, 이렇게 원적하면서 토한 사자후로 ‘법당도료(法堂倒了)’라는 화두가 남았다.
지수화풍 사대가 제각각 흩어지면 그야말로 법당 무너지는 일이다.
'법당 무너져라,,, 사찰 무너져라,,,' 악축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 법당 무너질 걱정 안하고 공연히 업만 쌓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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