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걸쳐서 주지한번안하고 선방만 다녔음을 명예로 생각하는 것이 조계종의 이판승 수좌스님들이다.
지금의 선방은 비구가 되기 전의 의무코스인 기초선원이 있어 덜하지만 예전의 알곡 같던 수좌들의 기세는 상당했다.
소임자들의 잘못을 지적해 대중공사에 호출하기 일쑤였고 주지는 시자쯤으로 여겼었는데, 장가가서 한 가정을 이뤄봐야 어른이 되듯이 역으로 절 살림을 맡은 사판 주지들의 눈에는 이런 수좌들의 행동이 철없는 아이들 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절집에서의 이판과 사판은 정법호지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청용이요 백호며 검의 양날인 것만은 확실하다.
성만스님이 본의 아니게 청양 화정사 주지를 맡았다.
주지 맡았다고 부담가질 일이 없을 터인데도 명의만 빌려주는 것이라고 극구 다짐하고 있다.
단지 불교신문에 공지되고 도반들한테 어찌된 일이냐고 전화오고 하니까 그게 불편하긴 하겠다.
그러나 승려라면 한 사찰의 불사와 전법을 위해 온갖 시시비비를 해쳐나가 봐야 중노릇의 책무도 알 것이고 화두일념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외호 덕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경봉스님은 선방수좌들을 눈썹에 비유했다.
없다고 딱히 불편하지는 않은데 막상 없으면 이상할 것 같은 그런 존재라는 것이다.
이판이든 사판이든 출가자라면 불법선양의 선봉에 있음을 명심해야겠다.
이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중생들이 알게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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