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스케치하듯 선을 그리며 한바탕 소낙비가 후둑후둑 호박잎을 때리고 달아나면 신이 난 아이들의 뜀박질이 함성과 함께 시작된다.
이것이 비와의 경주다.
이런 광경을 봤냐고 물었더니 상륜거사도 어릴적 기억이 있단다.
아이들을 따돌리듯 빗줄기는 토닥토닥 동네마당의 먼지를 폴폴 일으키다 냅다 뒷산으로 사라지고 거기서 아쉬운 달음질도 끝이 나곤했었는데 그러면 꼭 누군가 ‘이런 날은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야~~~’라고 점잖게 한마디 하곤 했었다.
그런 추억을 풀어 놓듯, 오락가락하던 빗줄기가 절 마당에 송홧가루로 그림을 그려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