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의 검주(黔州)라는 곳에는 나귀가 없었는데 세상 유람을 나섰던 검주 사람이 나귀를 보고 신기하여 한 마리 얻어서 배에 싣고 돌아왔다.
그러나 막상 데리고 와보니 별로 쓸모가 없어서 산 속에 버려두었다.
그런데 나귀를 처음 본 검주의 호랑이는 그 큰 몸집에 놀라 가까이 가지 못하다가는 용기를 내어 슬금슬금 다가가보니 거무튀튀한 녀석이 왕방울만한 눈으로 풀을 뜯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울어 제키는 것이었다.
그 소리에 호랑이는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줄만 알고 깜짝 놀라 도망가 버렸다.
거기서 멈췄어야했는데 나귀는 습관적으로 그 짓을 반복했다.
유심히 살피던 호랑이는 "이 놈이 덩치만 컸지 재주라고는 큰 소리로 우는 것과 짧은 발길질밖에 없군!"하고 기뻐하며 당장 달려들어 나귀를 잡아먹었다.
이는 중국 당(唐)나라 때 문인 유종원(柳宗元)의 글이다.
수필가 ‘근원‘은 이 비유를 들어 자호(自號)를 ‘검여(黔驢)’라 했다.
자신의 글 질이 멈출 때 멈추지 못하고 질질 끌다가 못난 밑천만 드러내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결국 검주 땅의 나귀 꼴 당할 것이 뻔하다는 겸허에서 나온 생각이겠다.
지대방에 글이랍시고 올린지가 십년이 넘는다.
검주의 나귀 꼴 당하기전에 멈춰야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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