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달된백정은 칼을 자주 갈지 않고도 소 한 마리를 거뜬히 잡는다.
그것은 살과 뼈 사이의 경계를 알아 칼을 다치지 않게 쓰기 때문이다.
경계를 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근기에 따라 응한다지만 지나치면 무지가 고착됨을 경험한다.
일러주고픈 것은 ‘주인으로 살라’인데 결과적으론 주객이 전도됨을 본다.
‘총 맞은 것처럼’ ‘전쟁 같은 사랑’같이 요즘 노랫말은 사뭇 전투적이다.
마치 사랑도 전사의 경계로 임해야 쟁취된다는 듯 매우 역동적인 것이다.
화두참구도 마찬가지다.
천군만마와 대적한 듯 하라했고, 아예 백 척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라고 했다.
안전장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렇게 극한으로 몰아서 얻는 것도 있지만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소통이 잘 안 되면 당장은 방치해둔다.
지나친 방편과 자비로 역효과를 경험해서다.
소를 보는 일과 잡는 일이 둘이 아닐진대
칼만 갈다 볼일 다 보는 백정은 아닌가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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