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시간 속의 세상이 서로 함께 있으나, 서로 섞이지 않고 각기 독자성을 갖는다. [九世十世互相卽(구세십세호상즉), 仍不雜亂隔別成(잉불잡란격별성)]
의상스님의 시간에 관한 일갈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꿈에서 꿨던 현상이 현실에서 그대로 벌어지는 예지몽이나, 지금 벌어지는 현실이 과거 겪었던 일 같은 데자뷰를 겪으며 살고 있다.
나는 일찍이 처음 방문한 사찰의 고색창연함에서 예전에 몸담고 있던 공간 같다는 느낌을 가졌던 경험이 있다.
일종의 데자뷰 현상인 것이다.
무명의 혼돈은 이렇게 현재에서 과거 미래를 오가고 있다.
연기법의 기초는 한 생각으로 인해 내가 있고 상대가 있고 주객이 벌어져 시공이 있다는 것인데, 이런 무명으로 인한 한 생각을 지혜로 단죄해 흐름을 끊는 것이 열반이고 해탈인 것이다.
그 한 생각이 멸하면 본래 있었으나 있는 것이 아니듯 모든 현상은 시간선상에 놓여있고 시간은 무명을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고로 무명이 멸하면 내가 없는 것이고 내가 없으면 시간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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