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눈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최인호


중국의 선종 사상 가장 유명한 선사인 마조(馬組)는
천하의 사람들을 말발굽으로 짓 밟아버릴 듯한 기세로
유명한 스님입니다.

그의 고향은 촉국(蜀國)의 사천성으로
그의 조상은 남이 추수한 겨를 키질로 골라 주는 키잡이를 하고 있던
천민이었습니다.

훗날 성불하여 부처가 된 마조는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살아 있는 부처를 보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는데,
그 때 개울가에 서있던 노파가 마조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또 꽤나 대단한 스님이 오시는가했더니
겨우 키잡이 마씨네 꼬마 녀석이 아닌가."

이때 마조는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습니다.

"권하거니 그대, 고향에 가지 마오.
고향에서는 도를 이룰 수 없네.
개울가의 저 할머니는 아직도 내 옛 이름을 부르는 구나."

인간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노파에게는
'부처'도 '키잡이 마씨네 꼬마 녀석'으로 보일 뿐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도
고향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눈으로는
예수가 배운 것이 없어 그 어떤 지혜도 있을 수 없는
'무식한 자'이며 '목수'이며
'마리아의 아들'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놀랍게도 고향 사람들은 하느님의 아들 예수를
세 가지 잣대로 재고 있었습니다.

그 첫째는 '그의 지혜가 어디서 생겨났는가?'하는 잣대인데,
이는 '학벌'을 따져보는 오늘날의 우리의 잣대와 일치합니다.

둘째는 '저 사람은 목수가 아닌가?'하는 잣대인데,
이는 '직업'을 따져보는 오늘날의 우리의 잣대와 일치합니다.

세번째는 '그의 어머니는 마리아요, 형제들은 야고보 등이 아닌가'하는 잣대인데,
이는 '가문'을 따져보는 오늘날 우리들의 잣대와 일치합니다.

살아 있는 부처인 마조선사도
고향 사람의 눈으로 보면
배운 것이 없고
대대로 천민인 '키잡이 마씨네 꼬마녀석'인 것처럼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도
고향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한갓 '무식한 마리아의 아들 목수 청년'에 불과한 것입니다.

'학벌'과 '가문'과 '직업'으로 판단하는 우리들의 그릇된 잣대가
바로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수많은 부처를, 천사를, 하느님을 못 보게 하는
우리들의 눈을 가리는 검은 안대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주여,
모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볼 수 있고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볼 수 있도록
우리들 '마음의 눈(心眼)'을 열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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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글입니다.
암투병중인 최인호작가의 글을 가톨릭주보에서 모셔왔습니다.
작년 순례했던 마조도량이 눈에 선합니다.
작가의 쾌유를 빕니다,,,(),,,

강서성 정향현 석문산 보봉사는 馬祖道一(709~788)스님의 원적도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