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를 좀 봐 달래서 안의 용추골을 다녀왔다.
지리산 끝자락이 청용 등으로 뻗어 있고
석간수 맑은 물이 못으로 흘러 연꽃을 피우고 넘쳐나는 향운암,
불단에는 토불의 미소가 잔잔하고 그 옆을 지키는 사천왕이 위엄을 갖추고 있다.
이 모두 이 곳 주인 동우스님이 직접 제작해 모신 불상이고 탱화다.
아이들의 벗이라는 이름의 동우스님은
음식, 꽃꽂이, 춤, 소리, 그림 등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이다.
유일하게 못하는 게 있다면 전기 작업이라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스님의 손상좌로 생신 때는 멋진 소리와 춤으로 스님을 기쁘게 하더니,
발인 때는 독특한 상여와 연을 제작해 스님의 마지막을 장엄한다.
지금은 이렇게 유물관에 청동으로 주조해 안치할 스님의 상호를 빗고 있다.
그 상호에 어떻게 무주상을 심을까 고민하고 있다.
물을 뿌리며 흙을 덧칠하니 점점 스님을 닮아간다.
입 모양만 조금 수정하면 완벽할 것 같다.
택시기사가 머물던 집을 인수해 연못을 만들고
도량을 넓혔다. 큰스님도 한 때 머무시던 곳이다.
아미타불이 앉을 불단엔 경전이 놓여있다. 아직 미완이다.
스님의 초상화도 동우스님 작품이다. 카리스마가 부족한 스님의 얼굴에 조금 위엄을 살렸단다.
흙으로 빚은 불상은 일곱번의 옷 칠 작업 후 금을 입혀 불단에 모신다. 시간과 공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