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를 마친 후 들른 거창 ‘북어마을’의 냉면 맛은 일품이었다.
평소 스님이 냉면 드시러 즐겨 찾으셨다는 이 식당의 주인보살은 스님을 존경하고 따르던 여러 거창신도님들 중 한 분인데, 보살님은 카운터에 걸려있는 ‘시방’이라는 스님의 글씨 덕에 손님들이 사방팔방에서 모여드는것 같다며 스님을 회상한다.
하루는 편찮으셔서 발길을 못하시는 스님을 위해 냉면을 말아 황대에 들렀는데 스님은 계시지 않았다.
방금 통도사로 가셨다고 해서 언제오시냐고 물으니 총무스님이 '이제는 다시 오시기 어렵게 됐다'며 손을 잡더란다.
그제야 휑한 도량의 분위기를 읽고는 맥이 풀려 그 자리에서 냉면그릇을 놓고 한참을 울었단다.
돌 공장 사장과 그 옆의 선생보살은 식사를 하며 덤덤하니 이야기를 맞장구쳐주고 있었고,
나도 애써 덤덤한 듯 겨자가 맵다는 말과 함께 순간 스치는 눈물을 감추었다.
거창에 가면 ‘북어마을’이 있다.
스님의 비문이 새겨질 여섯 자 보령오석
비 머릿돌과 부도, 거북돌이 될 원석들
